예로부터 소나무는 꼿꼿한 선비의 기상과 늠름함의 표상이었다.
바위 위로 솟아 오른 눈덮인 낙락장송의 눈덮인 당당한 모습을 그린 조선시대 서화가 이인상의 설송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가운데 우뚝 올곧은 가지가 뻗어 올라가고 오른쪽에 나즈막하게 휘어지며 구불구불 옆으로 뻗어간 한 그루가 더 있다.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며 철학적 해석을 해 가고 있다.
한 겨울에도 선비의 기품을 자랑하며 온 세상을 푸르게 지켜주는 상록수의 책임감은 우리 민족의 성향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봄에 산에 올라가보면 폭설에 견디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뚝뚝 뿌러져 있는 소나무를 우리는 흔히 볼 수있다. 푸른 솔잎을 바쳐줄 때는 나뭇가지가 행복한 고생을 했지만 쌓인 눈을 떠 받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겨울이 되면 그저 훌훌 벗고 어지간한 눈내림에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가 더 좋아 보일 때가 있다. 불의에 타협함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순응한다는 뜻이다.
꼿꼿함의 기상이 좋을 때가 있고, 비움의 지혜가 한 수 위일 때도 있는 것이다.
한 겨울에 독야청청 푸른 솔잎을 보여주는 소나무에서도 배우지만, 눈이 왔을 때 가장 아름다운 설화를 피어내는 잎떨어진 가지들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