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을 주우러 대구 팔공산 기슭에 갔습니다.
알밤이란 무엇일까요? 벌어진 밤송이에서 빠져나온 밤톨을 의미하지요? 또한 알이 꽉찬 밤이란 뜻으로 쪽밤의 반대말이기도 할 겁니다.
나는 그에게 알밤을 한 방 먹였다 (I gave him a light blow on the head) 할 때의 알밤은 사실 꿀밤을 먹였다 보다 약간 세게 때렸을 때 쓰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경상도 말로 꿀밤은 도토리입니다. 그들은 도토리묵을 꿀밤묵이라 한다더군요. 그 단단한 꿀밤으로 머리를 한 대 톡 치면 아프기는 하지만 증오심이 없으므로 애정이 담김 스킨쉽이라 할 수 있지요.
밤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농촌체험의 기분이 나도록 가을정취가 물씬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조교의 안내에 따라 산으로 100m쯤 올라갔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아직 영글지도 않았잖아? 하며 실망 했습니다. 근데..
속이 꽉 찬 밤이 입을 쩍 벌리고 땅에 떨어지려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탱글탱글 익어 가는 밤이 참 탐스러웠습니다.
줍기 시작했습니다. 마냥 즐거웠습니다.
농장주인 어르신께서 나무를 한 번 흔들어 주셨고 그 자리에서 한 자루를 채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어느 밤줍기 체험농장이나 자루는 준비해 줍니다.
언니, 나 이만큼 주웠다? 이쁘지~?
네가 이쁘다고? 밤이 이쁘다~
우와, 한 자루 더 줍고 싶당. 그치만 한 자루씩만 하기로 약속했었거든요.
약속은 무슨~ 요즘 세상에 많은 게 최고지. 난 두 자루 채웠다. 모른 체 해라 잉?
N대리님은 역시 욕심이 많아 보였습니다. 인물값을 했습니다.
그런데, 보물찾기까지 함께 즐기다보니 밤 주운 수확보다 큰 게 있었습니다. 짭짤한 시상이 있었습니다.
농작물수확체험과 함께한 보물찾기놀이에서는 역시 여성들이 앞 서더군요. 밤줍기대회했으면 남자들이 휩쓸었을텐데..
야, 조심들 해라카이~ 욕심부리다간 나처럼 늑대같이 변하는 거 아이가? 무서운 개가 이 집 밤숲을 지키고 있었고 우릴 반겼습니다. .
어지간한 알밤은 다 쪽밤으로 보였습니다. 줍지도 않을 뿐더러, 골라서 버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도 델카이소 나는 와 알밤아닌교? 라고 말하며 스스로 껍질을 까고 나오는 밤도 있었습니다. 별 밤 다 있었습니다.
회사 워크숍의 한 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런 즐거운 밤줍기체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알밤을 넣은 찹쌀떡을 대접받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내년에도 또 오고 싶은 명소였습니다. 단합의 모임을 가진 직원들이 오랫동안 추억의 얘기 꽃을 피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