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피고 사라지는 일장춘몽의 봄꽃이 아니라 한여름 백일동안 선홍빛으로 화려하게 유혹하는 여름꽃 백일홍이 올해도 어김없이 활짝 피었다.

"백일홍"을 빨리 발음하다가 나온 "배롱"

배롱나무 꽃 백일홍은 붉은 꽃이 100일 동안 피어 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피고 떨어질 때 뾰족한 종모양의 꽃대가 다시 봉오리를 만들어 꽃을 피운며 이를 수 없이 반복, 석달 이상을 개화하는 것이다. 100일동안 줄기차게 피는 나라꽃 무궁화와 함께 우리의 여름 강산을 지켜준다.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을 긁으면 잎이 흔들거린다하여 "간지럼 나무"라고도 하며, 줄기가 미끄러워 원숭이도 오르기 어렵다고 하여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고도 한다. 매끈하게 빠진 여성의 몸과 같다하여 양반집 마당에는 심지 않았다.

도종환 님의 시 "목백일홍"이 이 꽃의 생리를 표현해 준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 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라

수없이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 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따뜻한 양달을 좋아하며, 가지가 빨리 자라 쉽게 키울 수 있지만 추위에 약해 충청 이남지역에만 자란다. 부산에도 성주 고령에도 남원 함평에도 서천 보령에도 배롱나무는 많다.

거창군에서는 군화(郡花)로 지정하여 군화(群花)를 이루었다. 국제연극제가 열리는 수승대 계곡을 들어가며 예술과 어울리는 거창군 위천면의 꽃길이 사뭇 정이 갔다.

▲ 2011 거창국제연극제 참석키 위해 수승대 계곡으로 진입하며 축제에서 넌버벌 퍼포먼스를 보여 줄 "들소리"단원들이 탄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촬영한 배롱나무 가로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