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87센트, 그것이 전부였다. 그 가운데 60센트는 잔돈이었다.”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누구나 안다.
그래도 다시 떠올려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뉴욕의 허름한 동네 월세방에 사는 제임스와 델라는 가난한 부부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도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 못 했다.
델라는 결국 아름다운 갈색머리를 잘랐다.
20달러에 팔아 제임스에게 줄 고급 시곗줄을 샀다.
제임스는 아끼던 시계였지만 시곗줄도 없으니 팔아버리기로 한다.
언젠가 델라가 브로드웨이 진열장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사고 싶어했던 고급 머리빗을 선물로 샀다.
그날 밤 제임스가 귀가해 이미 짧은 머리가 된 델라를 보고 놀랐을 때, 델라는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머리칼은 당신을 위해서 팔았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머리칼은 하나하나 셀 수 있을는지 몰라도 당신에 대한 제 애정은 누구도 셀 수 없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팔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선물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 소설의 원제는 ‘동방박사의 선물’이다.
그런데 요즘 선물에는 ‘정’을 받고 싶어하는 낭만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가을부터 밤마다 정성들여 뜨개질로 짰던 목도리, 조끼, 장갑은 받고싶은 선물 순위에도 없다.
좋아하는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해 온 정성으로 포장하던 여대생과 자신이 줄까지 치며 읽은 시집을 선물하던 문학청년은 연애도 하기 어려운 시절이다.
*곽봉호/옥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