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춘천낭만시장에서 낭만을 사다
개인적으로 춘천을 좋아한다. 서울에 살지만 오래 전부터 자주 들르는 곳이다. 문화콘텐츠를 생성해내는 능력이 있는 도시다. 춘천시 초입부터 호반의 도시가 느껴지며 기차를 타면서부터 소양강처녀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든다.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과 함께 닭갈비와 막국수로 대표되는 춘천 먹거리가 인기를 더 하고 있으나, 춘천 상인들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그 동안 정을 나누고 경제적 가치를 나누던 시장의 활기가 점점 서울로 옮겨 감을 어쩔 수 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생각이 났다. 시장 안에서 구두장이로 사는 주인공 세몬과 그의 아내 마트료나가 천사(天使) 미하일을 통해 받은 메시지를 되새겨 본다. 사람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에 세 가지 질문이 나온다.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제는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며 자칫 없어지기 쉬운 추억과 낭만을 먹고 살고 싶어진다. 돈이 있어야 사랑이 있는 것이고 사랑이 있어야 낭만이 생기지 않는가? 낭만을 시장에서 살 수는 없을까? 낭만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춘천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이 문화와 예술이 깃든 <낭만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영어로도 로맨틱 마켓(Romantic Market)이라 써 있었다. 로맨스 마켓(Romance Market)이라 붙이지 않은 게 자연스러웠다. 낭만을 사고 파는 마켓이 아니라 낭만적인 시장이라는 뜻이다. 중소기업청과 문화관광부가 지원을 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하게 된 낭만시장프로젝트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 블로그의 글이 나를 꽂히게 만들었다.
//indienbob.tistory.com/473
낭만극장, 낭만광장, 낭만투어를 시스템적으로 엮어나가는 사람들 중에 이 글을 쓴 <낭만도히>라는 시장(市場) 딸이 톨스토이 소설 속의 미하일 천사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화기획가의 재주와 열성이 모여 많은 예술가들에게 일을 주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제 서울에서 복선전철을 타고 춘천의 명동닭갈비거리를 찾아 온 관광객에게 낭만까지도 선사한다. 음악이 있고 갤러리가 있으며 낭만지휘자의 정기공연이 있는 춘천의 낭만시장을 이 겨울의 막바지에 들러 봤다.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문화이벤트가 계속되고 있었다. 체험프로그램과 공연 그리고 골목갤러리의 벽화 등이 나를 반겼다. 추운 곳 시장 한 구석에서 난로도 없는 데 땀을 흘려가며 설치미술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예술가도 볼 수 있었다.
춘천에 가면 낭만시장으로 이름이 바뀐 춘천중앙시장을 꼭 들려야한다. 문화공간 속에서 뭔가를 사 들고 춘천을 떠날 때 새로운 낭만이 찾아 들게 하기 위함이다.
▲ 시장골목 곳곳에 문화표현이 존재하고 있다. 카툰도 숨을 쉬고 있다. 모든 작품 한 켠에는 QR코드가 있어 작품정보를 제공해 준다.
▲ 춘천닭갈비 명소인 명동거리는 낭만시장 바로 옆이다. 어느 닭갈비집 앞에 줄지어선 식도락가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