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중에 오징어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는 특히 오징어 통찜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를 따라 지난 번엔 종각에서 오징어 전문점을 갔다가 오징어가 귀해 손가락보다 좀 긴 오징어를 보통 때보다 5천원 더 주고 먹었었다. 맛도 별로고, 무엇보다 속았단 느낌에 마음이 불편해 입맛이 싹 가신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오징어를 일부러 피했는 데, 오늘 점심엔 오랫동안 점찍어 두었던 서쪽의 석촌호수 남서방향 코너에 있는 “군산 오징어”를 찾아 갔다.
생긴 지가 벌써 28년이나 되었고,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유명세를 탔던 집이란다. 이제 돈을 많이 벌어 6년전 이 곳에 5층 건물을 지어 옮긴 것이다. 이제 체인 사업도 하는 모양이다.
이 집 부근엔 송파에서 꽤 유명한 <호림>이란 일식집과 스페인 레스토랑인 <보데가>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붙어 있다.
<군산 오징어>에서는 오징어 불고기, 전골이 대표 메뉴이고, 오징어 순대, 오삼 불고기, 오낙 불고기, 오징어튀김, 오징어 보쌈.. 오징어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모두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집안을 들어 서면 안을 훤한 현대식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해서 일단 위생적이라는 느낌이 확 온다.
물론 광고용으로 식품의약청의 인증서도 붙어 있다.
점심은 오징어 불백과 오삼 불백이 기본 메뉴인데, 오징어 불백에 차려 나온 음식이 정갈하다. 일단 같이 나온 콩나물 국은 어릴 때 집에 키운 제법 굵은 콩나물로 소금간으로 맑게 끓여준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던 맛 그대로다.
나는 멸치 장으로 만 간을 한 미역국, 소금으로만 간을 한 콩나물국, 쌀뜨물에 된장을 좀 풀어
끓인 무우 청 씨래기국을 최고로 친다. 결혼 후 집에서는 한번도 먹지 못했던, 어머님 댁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향의 맛이다.
이 집 콩나물국은 제대로다. 국물이 부드러운 구수한 깊은 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제대로 삭힌 갈치 속젓과 같이 나오는 다시마, 넓직한 정사각형으로 썰어 접시에 담았는데 젓갈에 살짝 묻혀 맛을 보니 감칠 맛이 제대로다.
입구에 장군처럼 서 있는 당당한 할머니가 창업주라는 데, 그 할머니 모습이 손맛을 제대로 내었슴직한 종가집 큰며느리의 모습을 닮았다. 이 분이 데쳐서 된장에 버무려 무친 배추 무침의 맛이 짜지않고, 심심해 약간 매운 오징어불고기 맛을 중화 시키는 데에는 그만이다.
본 매뉴인 오징어 불고기는 양념이 진하지 않아 보이는 데도 먹고 난 후 매운 맛이 입에 남는다. 뒷 끝이 있다는 느낌? 그러나 그 맛이 싫지 않은 것은 입안에만 매운 맛이 감돌 뿐 목구멍을 타고 내려 가지 않는다. 인공 캡사이신을 쓰지 않는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다.
나는 처음에 반찬으로 양배추에 건포도, 옥수수등을 섞어 나온 샐러드가 좀 생뚱 맞았지만 불고기 한 점 먹고 매운 맛을 잠재우는 데는 이 샐러드가 적격이다. 그리고 콩나물 국으로 입가심 하듯 입을 헹구지만, 먹는 동안 제법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겨울에 먹으니 추위도 좀 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일행이 같이 오면 바깥 호숫가 “ Cafe GO GO”에 들러 차를 한잔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