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서울시내 낭만적인 길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장 걷고 싶은 길로 꼽힌다.
근대 역사가 살아 숨쉬고 근대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어 배울 것도 많은 곳이다.
정동에 밤이 찾아 오면 문화재들 사이 사이로 흐르는 역사를 더듬으며 <정동야행> 축제가 열린다.
덕수궁에서 이화여고까지 샛노란 은행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릴 때 정동길을 걸으면 영화 속의 주인공 같이 자신이 변해옴을 느낀다.
낭만이 있고 즐거움이 있지만 슬품의 역사가 있고 민족의 아픔도 있던 길이다.
조선의 임금이 살던 덕수궁, 서양문물이 들어올 때 생긴 외교공관들, 이화학당, 정동제일교회..
문화재청의 문화재활용사업으로 곳곳의 잠자는 문화재를 깨워 팔딱팔딱 뛰게 하는 생생문화재 사업,
그리고 야행(夜行) 프로그램이 떴다. 정동야행(貞洞夜行)이 앞장섰다.
- 야화(夜花) : 밤에 꽃피우는 貞洞의 문화시설
- 야로(夜路) : 정동의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
- 야사(夜史) : 서울 中區의 역사를 다양한 체험으로 배우다
- 야설(夜說) : 밤에 펼쳐지는 신나는 거리 공연 이야기
- 야경(夜景) : 밤에 비치는 정동의 문화재
- 야식(夜食) : 달밤에 즐기는 음식 이야기
마리오네트 인형극과 길거리 마임공연도 덕수궁 돌담길에서 지나는 이의 발길을 한참씩 멈추게 했다.
정동의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며 역사를 서울 중심부의 역사를 다양한 체험으로 배운다.
대한제국의 향(香)을 담은 고종임금의 커피잔도 만드는 체험이 이고 정동길 색칠하기, 오얏꽃 장신구 체험, 청사초롱 만들기, 느린 우체통, 정동학당...
한복은 4시간 대여하는데 단돈 1만원이다. 20대의 여성들이 친구끼리 그리고 젊은커플들이 함께 한복을 빌려 입고 정동길과 고궁을 걷는 게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제는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따라 한다.
야식(夜食)을 책임지는 정동야행 푸드트럭도 인기를 끈다.
버스킹 공연은 정동의 밤을 아니 시월의 마지막 불금 밤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클라리넷 연주가 있고, 정동극장 야외무대에서 풍류놀음이 있다.
이화백주년기념관에서는 화통(畵通)콘서트가, 시립미술관에서는 비보이 공연이, 경찰박물관에서는 유진박콘서트가, 역사박물관에서는 유니크영화제가.. 문화공연이 즐비하여 깊어가는 가을밤 시민들의 간장을 녹여준다.
옛그림과 소통하는 즐거움 화통(畵通)콘서트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수준높은 공연을 어디가서 듣고 보겠는가?
정가(正歌) 가객 강숙현과 함께한 서울중구 아마추어 재주꾼들의 시조창을 시작으로 콘서트는 시작되었고, 소리꾼 김빛여울과 이신예, 한수진의 비파독주 등 깊어가는 가을밤 야화(夜畵)와 함께 야설(夜說)을 감상하는 야행(夜行) 프로그램 화통콘서트는 오랜만에 시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채워 주었다.
박물관에 걸려있는 옛 그림들에 숨을 불어 넣어 그림 안에 담고 있는 숨겨진 이야기들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 내주는 화통콘서트는 <여민(與民)>이라는 문화예술감성단체의 김영옥 대표가 연출을 맡아 5년째 공전의 히트를 치는 작품이다.
해박한 설명으로 렉처콘서트(Lecture Concert)를 만들어 내는 미술평론가 손철주 선생님은
"가을 정취 물씬한 정동의 밤길을 우리 그림과 우리 음악으로 수 놓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습니까? 그림은 말하지 않는 음악이요, 음악은 말하는 그림이라고 했지요. 우리 옛 그림은 우리 정서와 우리 가락을 담은 예술입니다"
라며 2시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아주 유익한 시간으로, 배움의 시간으로, 또 힐링의 시간이 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