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동편지』를 쓰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2011년 1월은 이 나라 농촌이 근 100년 만의 한파와 유례가 없었던 구제역으로 온 산하가 얼어붙었고 농민들의 가슴은 썩고 문드러질 때였습니다. 신령스럽게까지 여겨졌던 차나무가 동해(凍害)로 말라죽어갔고 죄 없는 가축들은 동토의 땅, 차가운 주검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축산인들은 말할 것 없고 일선에서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과로와 사고로 병을 얻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주민들과 같이 호흡해야 하는 공직자로서 이 현상을 보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 처절한 싸움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농업인들에게 작은 응원소리라도 듣게 해드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시작은 참으로 미약했습니다. 단순히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사실적으로 단문형식으로 엮어 보냈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슴앓이를 해왔던 분들에게 고향냄새를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화답해 주셨고 격려의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글이나 사진을 전문적으로 쓰고 찍는 작가가 아니라 단지 현업에 종사하는 공직자의 시각에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쓴 글들이기에 많이 거칠고 질서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치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소박한 음식처럼 반가워해 주셨습니다.
글의 특성상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전해드리려 이른 아침이나 새벽에 일어나 동네를 찾아다녔습니다. 혼자 차가운 방을 지키면서 마치 아들처럼 반가워해 주신 할머니, 동해 입은 차밭에서 남겨진 찻잎을 따서 손자에게 핸드폰 사주실 궁리를 하신 할머니, 작은 마당에 산나물이며 고사리를 말리시면서 아들 장가 보낼 걱정을 하신 어머니, 논두렁 작업을 하시면서 담배 한 모금 입에 물고 긴 한숨을 내려놓으시던 아저씨, 작은 주막집을 천직처럼 지키시고 몇 푼 돈벌이가 아니라 정을 파셨던 아주머니… 모두 저의 어머니, 할머니, 아버지와 할아버지였습니다. 이 책은 저의 손을 빌려 이분들이 쓰신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
TheFestival(더피스티벌)에 매주 연재 되던 <하동에서 온 편지>가 책으로 나왔다. 하동군 기획계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해마다 최우수축제로 선정되게 하는 일등공신이었고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하동을 온 나라에 열심히 알리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산이 있고 강이있고 평야가 있고 바다가 있는 슬로시티 하동의 구석 구석에서 발견한 추억과 낭만과 애환과 꿈을 사진과 글로 잔잔하게 표현해 냈다. 누구나 이 글을 읽으면 섬진강이 보고 싶어 결국 하동으로 떠날 여행짐을 싸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