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었던 듯이 메일을 보내기가 미안한 밤입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그리고 실종자들의 빠른 귀환을 빌면서...>
섬진강 모래가 이사를 간답니다.
하동재첩 원조격인 상저구마을 앞 섬진강에는 오랜 세월동안 모래톱이 형성되어
재첩서식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나 봅니다.
마침 상저구 포구에서 2킬로 정도 상류에 있는 송림공원 백사장은
하상의 변화와 폭우로 휩쓸려가 그 특유의 은빛색상을 잃은 지 오래여서
꼭 황토색처럼 빛바랜 백사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재첩도 잡고 백사장도 넓히고
꿩 먹고 알 먹고 형식이 아니겠는지요?
올해는 계절이 보름이상 빨리 달리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지리산자락 산벚이 저를 유혹하여 견딜 수 없었습니다.
구례와 하동의 경계인 황장산 아래 삼정마을 숲은
꼭 파스텔그림을 펼쳐놓은 듯해 보였습니다.
요정이라도 되어 숲 위를 날아다니고
말처럼 뛰어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산벚나라
사월은 천국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날이다
하나님이 천사들과 숲으로 소풍 오시는 날이다
크레파스 가지시고 이 땅에 야외수업 오시는 날이다
하나님은 고라니 그리시고 천사들은 양을 그린다
나는 요정되어 고라니와 함께 황장산을 뛰논다.
여기가 천국이다
세상도 천국으로 바뀌면 좋겠다
오월도 유월도 하나님이 천사들과 소풍오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