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茶의 계절입니다.
제가 2년 전에 발간한 “하동편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시는 인공의 낙원이고 숲은 자연의 낙원이고 청학동은 관념의 낙원이지만
한 모금의 차는 그 모든 작원을 다 합친 낙원이다>...
이는 <자전거 여행>에서 김훈이 남긴 이 말은 차에 대한 그만의 깊은 통찰에서 비롯되었지만
저는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동은 청학동이라는 관념의 낙원과 그 모든 낙원을 다 합친 차를 가진 고향이군요”
요즘 산자락을 지리산자락을 다녀보면 “톡톡 타닥타닥”거리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구성진 노랫가락과 함께 말이지요.
찻잎 따는 소리들입니다.
“할머니 지금 따시는 차가 세작쯤 되는가요?”
“아녀 파물이지 파물”
“아 중작쯤 되겠네요”
“그래 중작이지”
“오늘은 가격이 어떻게 되요?”
“어제가 만삼천원이었으니 오늘은 더 내려가겠지 뭐”
하동에서 차는 일반적으로 “작설”, “잭살”로 불립니다.
참새의 혀라는 뜻이랍니다.
그만큼 잎이 작다는 뜻이겠지요.
하동사람들은 옛날에 자식들이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플 때에도
이 잭살차를 “푹~”다려 먹였습니다.
이름 하여 만병통치약 아니겠습니까?
저는 할머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계속하고
할머니의 채다가는 다시 시작됩니다.
원래 내려오는 채다가는 있다고 하지만 정형화된 것은 이정도 아닐까합니다.
피네피네 차잎피네 화개동천 작설차잎
따세따세 차잎따세 연두색깔 봄을따세
따세따사 차를따세 임생각도 함께따세
하지만 오늘 할머니가 부르시는 채다가는 이쯤 되겠지요.
채다가(採茶歌)
고목나무 껍질 겉이 굳은 내 손가락
어린잎 잭살 따서
손주 오거덜랑 과자 사주고
우리영감 막걸리 사줄라오
오늘 찻잎가격 얼맨지 관심없소
찻잎으로 부자 될 일 만무하니
내년 이맘 때 또 이 바우 앉아
참새 혀 겉은 작은 잎 따서
우리 자석 배 아플 때 한 사발 메길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