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서 오늘도 차 얘기를 이어갑니다.
하동은 우리나라 茶의 본고장입니다.
차 생산농가, 생산면적은 국내최대이고 역사 또한 가장 깊습니다
차가 생산되는 악양이나 화개에는 매일 차수매를 합니다.
지난 곡우 날 차 수매를 마치고 돌아가시는 한 어머니를 태워드리겠다고 했더니
저의 손을 잡고 몇 번이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공직에 있으니 우리 아들 일자리 좀 있나 알아 봐 주소”하시곤 저의 손을 잡고 놓치를 않으시더군요.
꼭 돌아가신 저의 어머니를 닮으신 어머니였습니다.
찻잎수매
곡우 날 오후 다섯 시 반 하덕마을 옛날 구판장 앞 작은 마당에
동네 어른들이 하나둘씩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나타나신다
어깨에 메거나 작은 손수레에 담아 끌고 오시는 거물 망태와 보자기에는
봄물을 잔뜩 들여 마신 찻잎들이 가득 담겨있다
망태 밖으로 쭈삣쭈삣 삐져나온 이파리들은 어머니들보다 먼저 달음박질 하고
어머니들은 깔딱 숨 쉬시면서 반쯤 구부러진 허리를 폈다가 구부려다가 반복하신다
한 참 만에 작은 트럭이 연기를 내 뿜고 나타나더니
사오십 명 쯤 되는 어른들은 초등학교 일학년 어린이들처럼
트럭 꽁무니를 향하여 두 줄을 서신다.
하나 둘씩 저울에 망태를 맡기니 옛날 식 노란 돈 봉투 하나씩 손에 쥐여지고
지남철에 철가루 빨려 들어가듯 소리 없이 그림자 내려앉은 골목길로 빨려 들어가신다
오늘은 킬로 당 만 삼천 원, 내일은 만 이천 원,
곡우를 지나면 찻잎 값은 어머니 몸무게만큼이나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