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는
마치셨는지요?
어제,
오늘 온종일 귀가 따갑도록 산하가 요란스러웠습니다.
벌초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인지라
“조상묘지
벌초대행”이라는 커다란 문구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말끔하게
이발하신 묘지들을 보면 저도 가슴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추석이니만큼
사람 뿐 아니라 산소들도 이발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골에도 옛날 모습의 이발소를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작은
동네에도 헤어디자이너가 파고들어 와 있고,
이발소도
많이 진화하여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동에
있는 화개 삼신마을에 참 멋 떨어진 이발소가 있습니다.
50년
정도의 이발 경력에 아직도 성업 중인 이발소인데,
길을
지날 때 마다 저의 눈길을 사로잡는 마력을 가진 곳입니다.
어디,
저와 같이 들어가셔서 추석머리 한 번 잘라 보시지 않겠는지요?
그
이발소에 가고 싶다
먼당
동네어귀 신작로 곁
그
이발소의 유리창은 먼지로 침침했다
단
다섯 평도 안 되는 좁은 이발소는 사람으로 붐볐다
낡은
이발의자는 삐걱거렸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되는 푸시킨의 시가
삼류그림과
함께 떨어질 듯 위험스럽게 천장에 붙어 있었다
키
높이가 안 되어 나 같은 어린아이들은
삐걱거렸지만
푹신한 이발의자에 앉지 못하고
양쪽
팔걸이에 걸쳐 놓은 판자에 앉아야 했다
언제쯤
나도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이발을 해 볼까?
이빨
빠진 바리깡은 한 번씩 내 머리를 뽑아가 눈물이 질끈 났지만
면도를
마친 아저씨는 옆자리에 누워 세상모르고 코를 골았다
슥삭슥삭
가죽에 칼을 갈고
면도솔에
비누를 비벼 목에 차가운 거품을 칠 할 때 그 움찔거림
오늘은
그 이발소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