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열차에 대한 추억이 있으세요?
당신은 특별한 선물을 받으신 것입니다.
1968년 2월 7일,
기껏 여섯 살 이었던 저는 이날 경전선 철도가 개통하고
괴물과 같은 검은 기관차가 처녀 운행하는 모습을 집 대문 밖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48년, 지난 7월 13일부로 친구와 같았고 이웃과 같았던 옛 기찻길은 폐선이 되고
새로 생긴 높고, 곧고, 빠른 왕복 기찻길로 옮겨 운행하게 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여 기찻길이 바뀌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저를 비롯한 하동사람들 50년 가까이 같이 해 왔던 완행기찻길을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폐선이 되기 전에 하동과 진주구간 마지막 추억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경전선 옛 기찻길에 대한 꿈같은 추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추억여행은 아래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blog.naver.com/runnercho/220760550183
하동역이 이사를 가게 된 소식을 듣고 짧은 글 하나를 써 봤습니다.
완행열차에 대한 추억이 있으세요?
그러면 당신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특별한 선물을 받으신 것입니다.
하동역
하동역이 큰 집을 지어 이사를 간단다
화산마을 앞 작은 역사를 버리고
역전다방도 버리고
화산슈퍼 그 좁은 공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멸치나 쥐포를 빨고 막걸리 마시던 구석지를 버리고
너뱅이들 광활한 땅
만리장성 같이 쌓아 놓은 위용의 땅 언저리로 간단다
가는 것은 좋다치자
사월 초순 붉은 기차가 벚꽃터널 뚫고 나올 때
비처럼 눈처럼 쏟아져 내리던 꽃가루도 가져가라
그 꽃비 맞으러 일부러 섬나라 남해에서 왔다는 처녀의 젖은 가슴도 가져가라
진주행 비둘기 완행열차 놓치지 않으려 달려오는 시골 통학생들의 낡은 운동화도 가져가라
전라도와 경상도 가로지르는 섬진강 철교위에서
개선장군처럼 울렸던 기적소리도 가져가라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가져가라
기차 떠난 후 점처럼 사라져가는,
레일에 귀대고 듣던 그 작은 소리도 가져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