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는 축제 중
필자의 지인이 사는 곳이 인천 남동구다 보니 자주 소래포구를 찾는 편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에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에 아랑곳 않고 바다내음 물씬 나는 포구의 풍경을 지키고 있는 이 곳 소래포구. 연간 50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발아래로 퍼런 바닷물이 내려다 보이는 철교를 건너는 이색적인 풍경과 늘 북적이는 수산시장, 맛있는 바다 먹거리들이 기다리는 소래포구. 필자가 살고 있는 서울에 독산동 자락에서 불과 30분이면 도착하는 이곳 소래포구가 요즘 축제 열기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소래포구축제가 막을 연 것이다.
▲ 9회째를 맞이한 인천소래포구 축제
작년에는 바쁘다는 핑게로 소래포구축제를 구경 못했는데 재작년 방문했을 때 봤던 소래포구축제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그 규모가 커진 것을 느낀다. 행사장이 설치된 공원터도 더 넓고 깔끔하게 정비되었고 진입로인 소래포구길도 말끔하게 정비된 모습이다. 소래대교 부근은 평소에도 교통이 혼잡했던 곳인데 행사기간동안 원활한 교통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혼잡이 덜한 진입로로 변경해 두었다. 여기에 축제기간동안 소래포구길 따라 늘어선 양옆 주차공간과 유료주차장을 모두 무료로 개방해 두어 철저히 준비한 모습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나오다 보니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는다.
▲ 소래포구 횟집들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일부러 축제본행사장이 있는 공원이 아닌 포구를 향했다. 포구옆 빽빽히 들어선 재래어시장을 먼저봐야 소래포구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주말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오늘은 그야말로 발디딜틈이 없다.
어시장에는 횟감을 고르는 사람들과 상인들과의 흥정이 한창이다. 평소에도 자주 들르던 곳이지만 축제기간 방문한 어시장은 그 어느 때 보다 활기가 넘친다. 이런 재래 어시장에서는 가격 깎는 맛과 덤을 얹어받는 맛이 일품인 법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횟감을 골라 포구옆 돗자리에 앉아 가족과 함께 회를 먹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법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낀다.
▲ 시장내부 전경. 이 곳에서 싱싱한 횟감을 골라 바로 뜬 회를 맛볼 수 있다.
축제기간동안 이곳 어시장 상인회에서는 평소보다 10%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한다. 필자는 평소 소래포구가 파장때가 될때 쯤 와서 떨이로 저렴하게 횟감을 구입해왔는데 그만큼 싱싱함은 포기하고 양에 만족해 왔다. 하지만 축제기간 동안에는 그럴필요 없이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눈이 번쩍 뜨인다. 축제가 1년내내 열렸으면 하는 철없는 생각도 해본다.
▲ 공원내 마련된 보조무대. 아파트 벽면의 현수막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공원에 들어서자 보조무대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팜플렛을 살펴보니 영스테이지 행사가 한창인데 여성4인조가 멋진 가창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참 노래를 감상하다 문득 뒤로 보이는 아파트 벽면의 현수막이 인상깊다. 아파트 주민들로서는 밀려드는 축제관람객으로 인한 교통체증과 소음으로 축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 싱싱한 활어회 싸게 드세요.
보조무대 좌측편에 회를 싸게 파는 행사가 한창이다. 대형 활어들이 수족관안에서 펄떡이는 것이 당장이라도 수족관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다. 축제기간동안 직거래장터를 통해 활어를 20%, 젓갈류는 10% 할인해 판매한다고 한다. 그 옆으로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산물 깜짝 경매가 열린 것이다. 실제 포구에서 쓰이는 경매 수신호도 배워 볼 수 있고 저렴하게 수산물도 구입 할 수있는 이벤트다.
▲ 1시부터 6시 사이에 열리는 깜짝 경매. 경매 수신호도 배워 볼 수 있다.
다양한 참여행사, 어른도 아이도 모두 즐거워
▲ 하늘 높이 날아올라
보기에 아찔한 놀이기구. 하지만 정작 아이는 너무나 즐거워 보인다. 밑에서 보는 어른들이 오히려 간담을 조린다. 아이가 즐겁게 타는 모습에 한 어르신은 "아이가 간이 크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이들이 부모손을 끌며 타고싶다고 졸라대는 모습에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상인의 표정이 싱글벙글이다.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곳 저곳 보인다.
▲ 전통놀이에 푹빠진 아이들
PC게임 말고는 이렇다할 놀이가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러한 전통 놀이가 오히려 신기한가 보다. 놀이에 대한 집중력이 보통이 아니다. 아이들만 그런가 싶었더니 어른들은 한 술 더한다. 마침 옆에서 열린 장어 손으로 잡기 이벤트가 한창인데 참가한 어른들은 미끌미끌 장어잡기 삼매경에 빠졌다.
▲ 미끌미끌 힘좋은 장어 잡았다~
장어와 전어를 풀어놓은 대형 고무풀장에 들어간 어른들. 1분 동안 이렇게 직접 손으로 잡은 장어와 전어는 가져 갈 수 있다는 말에 맨 손으로 잡기 힘든 장어와 전어를 잡느라 옷 젖는 줄 모른다. 장어를 아깝게 놓치자 구경꾼들의 탄식이 더 크다.
남동구 지역 주민들도 함께하는 축제길게 늘어선 부스들. 남동구내 각 주민자치구역별로 다양한 전시, 행사 박람회가 한창이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가해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꾸미고 있다.
▲ 인천 남동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주민자치 박람회.
이 곳 주민자치 박람회 볼거리도 만만치 않다. 아예 각설이를 내세워 사람들을 모으고, 아이들과 함께 즉석에서 직접 만든 제기차기 이벤트도 열린다. 주민들이 직접 진행하는 전시회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다 보니 딱딱하지도 않고 서로 박수치고 웃으며 시끌벅적하니 축제의 즐거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각설이의 익살 스런 진행에 다들 싱글벙글
▲ 힘차게 떡매질해서 맛난 떡 드릴게요~
▲ 인천 남동구의 다문화가족 부스앞에서 공연이 열리고 있다.
"주민자치 박람회"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축제라는 좋은 명목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축제에 적용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형식적일 수 있는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대로변 양옆으로 주민자치 박람회라는 큰 거리를 만들어 축제내에서도 큰 비중을 둠으로서 활발한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고 특징있는 행사와 전시 프로그램들을 배치하여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성공적인 주민자치 박람회를 만들어 냈다.
얼씨구 좋다~▲ 무슨 재미있는 구경이길래, 그리 열심히 보세요?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있는 곳이 보인다. 방송용 카메라 부터 쿵쿵 울리는 큰 스피커까지, 바로 소래포구축제의 메인무대가 있는 곳이다. 마침 도착했을때에 눈을 떼기 힘든 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선으로 손에 땀을 쥐고 집중하며 보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 떨어질라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전통 줄타기
전통 줄타기 공연이 열리고 있다. 구수한 입담으로 추임새를 넣으며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가슴졸이게 만드는 줄타기 공연. 외줄위에서 땅 위를 걷는 것처럼 신묘하게 줄을 타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흥겨운 우리네 풍물놀이 한마당
흥겨운 장구와 꽹가리, 북, 징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퍼진다. 축제를 찾은 몇몇 외국인들도 흥겨운 풍물놀이에 흠뻑 심취한 모습이다. 소래포구축제 기간동안 남사당 놀이를 비롯해, 콘서트, 뮤지컬, 댄스대회, 노래자랑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2010년을 10주년 축제를 기대하며▲ 소래포구축제의 공식 캐릭터 "꽂게랑"과 "새우랑"
소래포구는 도심과 바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전통 포구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관광명소로서 이미 잘 알려진 곳인데다 서울에서도 가깝다는 지리적 여건, 이에 걸맞게 더욱 커진 축제 행사장 규모, 다양한 참여 이벤트 및 지역 상권과 잘 연계하여 축제기간동안 10% 할인이라는 매력적인 아이디어 등, 올해도 성공적인 축제로서 자리잡았다고 봐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월곶입구 삼거리부터 소래대교까지 이르는 축제 진입로의 심각한 교통체증과 소음으로 지역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는 점은 앞으로 더욱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더페스티벌 취재팀 / press@thefestiv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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