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길거리 춤과 발레가 만났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격렬하고 숨 막히는 춤의 향연. 어떤 콘서트나 세계적인 뮤지컬도 이보다 재미있을 순 없다. 비 보이에게 첫눈에 빠진 발레리나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비 걸이 되는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 열기가 뜨겁다. 공연이 열리는 부산 최초 비보이 전용극장 "BB씨어터"가 국내외 관객몰이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부산 서면 옛 은아극장을 개조, 오는 18일로 개관 한달을 맞는 BB씨어터가 연중 상설공연 중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도심의 새로운 관광·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산 첫 상설전용관을 열었던 "점프"에 이어 독특한 문화콘텐츠가 부산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말을 하지 않는 "넌버블" 공연. 그러면서도 하늘을 날고, 바닥을 구르고, 팽이처럼 돌아가는 격렬한 춤 동작은 엉덩이가 들썩이게 하고, 절로 박수를 치게 한다. 중국 일본 미국 관광객은 물론 중동지방 취재진까지 다녀갈 정도.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BB씨어터" 220석은 매회 공연 객석 점유율이 85%를 넘는다.
쇼핑·유흥·소비의 대명사 서면이 문화예술 1번지로 뜨고 있다.
비보이 전용극장을 주축으로 지난해 9월 부산롯데호텔로 이전한 "점프전용관", 복합쇼핑몰 밀리오레에 문을 연 소극장 "솜사탕"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들 공연장은 솜사탕아트홀∼BB씨어터∼점프전용극장까지 걸어서 15분 남짓한 거리에 어깨를 맞대고 있다. 많은 젊은층과 관광객이 활보하는 서면에서 문화거리를 형성하기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공연의 관행도 깬다. 관객은 자유롭게 극장을 드나들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음료를 마실 수 없다는 것, 동영상을 찍을 수 없다는 것 외엔 규제가 없다. 필요에 따라 배우에게 특정 춤동작을 보여줄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 공연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출연배우의 사인을 받고, 포토 존에서 기념촬영을 함께 하는 관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공연문화의 불모지였던 부산도심 서면이 공연예술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보이공연, 부산대표 브랜드로"
황근생 비보이 전용극장 대표
"내세울 만한 무형의 부산문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나 불꽃축제 정도잖습니까? 부산은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내놓을 문화상품이 많이 빈약합니다. 비보이 상설공연을 부산대표 문화공연 브랜드로 끌어올리려 합니다."
비보이 전용극장 "BB씨어터" 황근생(50) 대표는 비보이 공연을 세계적인 부산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보이의 원조는 용두산공원. 부산의 비보이 인구가 가장 많고,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부산의 비보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그들에게 직장을 제공해 다소라도 생활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비보이 전용극장을 열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비보이 전용극장은 형편이 어려운 부산시민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국가유공자,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은 물론 다자녀·다문화가정에 50%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황 대표는 그 전 서울 정동극장 마케팅부장, 세종문화회관 홍보실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