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 년 풍상을 묵묵히 견뎌온 느티나무 두 그루가 울창한 그늘을 드리운 보문산 입구, 대사천 왼편에 세월의 검은 더께가 고즈넉한 판자울타리 너머 연탄공장(현 보문맨션 자리)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름날 한 바탕 큰물이 지나고 방죽 위 가지런한 황톳길 위로 사금파리 같은 햇살이 부서지면, 대사천 바닥엔 작은 은모래톱이 쌓이고, 찰랑대는 여울에 발목을 담근 메꽃, 달개비꽃 그늘 아래로 가재가 기어 다니곤 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전, 1960년대 초 대사천의 풍경이다.
그 후 둥구나무 역할을 하던 느티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는 번개를 맞아 소실되고, 70년대 하천 복개가 이뤄져 도로로 이용되면서 대사천의 기억은 아스라한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보문산을 오르던 대전시민들에게 팔짱친구와 같은 아련함으로 남아 있는 대사천이 50년 어두운 잠에서 깨어나 여울소리 정겨운 은빛 물살을 찰랑대며 다시 살아난다.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청계천+20프로젝트"에 선정된 대사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보문산 오거리로부터 대사천 상류 총연장 1.1km 구간을 대상으로 복원되는 이번 사업은 4구간으로 나누어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어울림 하천, 보고ㆍ듣고ㆍ느끼는 즐거움이 있는 하천, 물과 바람ㆍ자연을 담은 생태하천을 조성한다는 기본구상을 담고 있다.
구간별 조성 계획으로는 1구간은 보호수주변 상징마당, 2구간은 대사천 진입부 수변 상징마당, 3구간은 생태하천, 4구간은 폭포 및 열린마당 등이 제시됐다. 또한 대사천 홍수위 산정에 따른 하폭 결정, 교통량 조사 분석 완료에 따른 교통처리계획, 건천화에 따른 유지용수 확보 및 수질 개선 방안, 집중호우 재해예방에 따른 저류지 설치 및 경관계획 및 조경분야 등도 심도 있게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대사천 옛물길 복원사업은 2010년 9월까지 실시설계를 완료한 뒤 공사에 착공, 2012년 말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