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의 독특한 색깔로 물든 무형문화재들이 수봉민속 놀이마당에 한데 모였다. 봄볕 따가운 일요일 오후, 형형색색 고운 빛으로 한복을 여민 농악대가 수봉산의 정적을 깬다. 수봉공원의 수봉민속놀이마당은 지금, ‘무형문화재 상설공연’으로 녹음이 익어가듯 흥겹게 무르익고 있다.
보기에도 아까운 한 겹 한 겹의 꽃잎이 눈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발밑으로 깔린다. 수봉공원은 봄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즐겁다. 삼삼오오 낙화를 풍경삼아 산책을 하고 나무 밑에서 정성스레 마련해 온 도시락을 기분 좋게 나눠 먹는다. 나른한 봄볕에 누워 평온한 주말을 보내는 가족들 속으로 파고 든 소리는 평택농악대의 흥 돋우는 장단소리이다.
수봉공원 입구에 자리 잡은 수봉민속놀이마당이 왁자지껄 한바탕 난장이 펼쳐진다. 잔치마당이 된 놀이마당에 사람들이 소리에 이끌리어 하나 둘 모여든다. 한 쪽 편에서 탈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는 아이들이 탈처럼 웃는다. 노랑, 빨강, 파랑, 진녹색, 검정색의 화려한 오방색으로 밋밋한 탈에 얼굴을 그린다.
가족과 나들이 온 정승우(남동구 동방초등학교 3년) 학생은 탈 만드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옆에 있던 승우 어머니는 “나들이 하면 막상 특별히 갈 곳이 없는데..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해요.”
손이 빠른 아이는 탈을 제 얼굴에 덮고는 “잘 맞아... 봐봐... 어때?” 아이들은 제각각 모양의 탈에 색을 입히느라 정신이 없다. “어울려..”라고 대충 말하는 김수민(평택 지장초등학교 3년)학생. “인천은 처음 왔어요. 처음 만들어요. 탈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요.”라며 색칠하기가 즐겁단다.
놀이마당의 돌계단을 관람객들이 메우자 평택에서 올라 온 농악대는 인사말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김호환(평택농악)씨는 “많은 곳을 다니며 공연을 했지만 이곳처럼 경치 좋은 곳은 없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공연하게 되어 저도 영광입니다.” 라며 “각 지역의 민속문화를 전파 할 수 기쁘다.”는 말로 인사를 마무리 한다.
북소리가 점점 커지고 태평소의 높고 가는 떨림이 울려 퍼진다. 평택농악이라 적힌 깃발을 앞세우고 들어선 놀이패가 수봉민속 놀이마당을 흥분시킨다. 상쇠와 부상쇠의 꽹가리 소리가 챙챙~ 박자를 맞추고 그 소리를 따라 장구와 소고 등의 질서 있게 장단을 바꾼다.
평택농악은 경기의 중요무형문화재 제 11-나호로 지정되어 있다. 넓은 들판만큼 평택농악은 발달하고 남사당패 예인들의 전문적인 연희를 받아들여 복합적이고 구성한 수준 높은 농악이다. 평택농악의 백미는 장고와 어린아이들을 무등태우고 노는 놀이다. 짧은 상고와 긴 상고를 돌리는 모습도 볼만하다. 화려한 농악대의 의상만큼 다양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볼거리와 묘기에 관람객의 박수가 멈추지 않는다.
“젊은 시절 저렇게 다했어..”라고 말씀하시는 신주열(용현동, 73세)할아버지. “농사지으면서 마을에서 저러고 놀았지. 옛날 생각이 나네... 저게 복구제비야.”하시며 상모 돌리는 이를 가리킨다. "오랜만에 보니 좋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는 짧은 순간 젊음을 추억하고 계셨다.
98년부터 시작된 ‘민속놀이마당 무형문화재 상설공연’은 각 지역의 무형문화재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지역의 성격과 특별한 다양함을 체험하게 하고 있다. 차부회(은율탈춤 본존회 전수조교. 부이사장)선생은 각 지방의 민속 문화를 비교하고 교류하는 중요한 공연이라 설명한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4시까지 부대 행사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민속놀이마당 무형문화재 상설공연’은 오는 6월13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4월25일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인천)을 시작으로 평택농악(경기), 고성농요(경남), 범패와 작범무(인천), 하회별신굿탈놀이(경북), 서곳들노래(인천), 갑비고차농악(인천) 순으로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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