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각 단체장이 하나같이 주민화합과 지역브랜드 알리기의 방법을 지역축제에 가장 의존하고 있다. 관주도축제의 병폐가 최근 자주 거론되는 가운데, <더페스티벌>은 민주도 축제를 성공적으로 뿌리 내려가는
곳을 찾았다. 올해 제21회를 맞이하는 <영덕대게축제>이다. ‘니들이
영덕대게 맛을 알아?’ ‘왕이 사랑한 대게’ 등의 슬로건을
앞세우며 축제의 대동성, 유희성, 일탈성 및 경제성을 함께
실현해 가는 영덕대게축제는 8년전 제13회 축제부터 추진
운영을 민간에 이양했다. 민간주도의 축제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핵심 축제전략과 리더쉽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이춘국 축제추진위원장을 만나 본다.
그는 올해 9년째 위원장을 맡아 오며 영덕대게축제 브랜드가 전국적
명성을 얻게 한 장본인이다. 여느 축제위원장처럼 가슴에 꽃을 달고 미소 짓는 정치인 스타일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뛰고 챙기는 현장경영인 스타일이며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두뇌집단을 이끌고 있다.
“축제가 8년전 민영화되면서
제가 위원장직을 처음부터 맡게 되었고 축제의 사업계획과 예산운영 그리고 프로그램 개발까지 모든 권한과 책임을 영덕군에서 이양 받았습니다. 비생산적인 의견충돌이나 의사 불일치가 없도록 소통을 기반으로 한 투명경영이 지속적인 행정지원을 받게 된 핵심
요인인 것 같습니다. 지역주민과 상인회 그리고 각 기관의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축제는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이춘국 위원장의 강한 어조와 눈빛에 신뢰감이 가는 이유는 축제를 주민화합형, 지역경제활성형
그리고 문화관광형 등 균형적으로 추진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축제 관련 지역
민원이나 상인들 불만이 발생했을 때 직접 나서서 해결해 주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즉각조치 즉각반응
능력도 그의 인품과 경륜에서 비롯됨을 느낄 수 있었다.
카리스마와 배려심으로 무장된 섬세한 리더쉽의 소유자, 이춘국 축제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해 본다.
더페스티벌: 우리나라에 대게축제가 4개나
생겼습니다. 속초 삼척 울진 영덕인데요, 그 중에서 영덕대게축제가
더페스티벌 축제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축제를 자랑좀 해 주시지요.
이춘국: 우리만이 유일하게 민간주도형 대게축제임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축제전담조직이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머리를 맞대서 운영 노하우를 키워가고 평가 피드백을 받아 반영해 가는 겁니다. 협조공문 등 형식적인 소통이 없으니 축제의 질이 높아지지 않습니까? 그리고 3년전부터 총감독제를 도입하여 연출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자랑할 만한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페스티벌: 얼마 전에 다른 대게 축제장에서 들은 이야깁니다. 요즘 대게가 많이 잡히지 않고 러시아산이 유통된다고 들었습니다. 축제
기간에 수입산도 쓰시나요?
이춘국: 우리는 영덕대게만을 씁니다. 대게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고 축제를 개막합니다. 이는 민주도축제라서 가능한 것이고, 관주도 축제의 경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게산업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는 대게 사업자들이 축제를 영위합니다. 어느 누가 수입산을 몰래 속여 팔지라도 축제위원장인
제가 먼저 감지하는 능력이 있기에 저희를 믿어도 됩니다. 평생 게장사를 했지 않습니까?
더페스티벌: 축제추진위원장이 직접 현장 감시도 하는 군요. 축제현장을 항상 모니터링하며 연중 축제 준비를 하시나요?
이춘국: 그렇습니다. 작년에
셔틀버스 정류장에 천막이 없어서 손님들이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빨리 천막을 쳐야겠다는
생각에 제가 직접 나서서 천막을 치고 수리를 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본 외지 손님들이 비 안
맞게 해줘 고맙다고 인사를 해 왔습니다. 위원장이라는 걸 알고 놀랬다는 겁니다. 항상 축제 서비스 환경조성을 생각하며 강구항 주변을 지나 다닙니다. 연중
축제 준비해야지요.
더페스티벌: 작년부터 축제장을 해파랑공원으로 옮겨 진행하는데 만족하시는지요?
이춘국: 아주 만족합니다. 강구항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교통 혼잡으로 항상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주차난과 교통난을 해결한 것이 가장
큰 효과이고 축제장 수용능력도 커졌습니다. 상인들도 좋아합니다. 손님이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적어도 축제의 메인무대는 상가가 밀집된 곳보다 한갓진 곳이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더페스티벌: 경북 대표 해양먹거리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요, 먹거리와 살거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던데요.
이춘국: 아닙니다. 부스 신청
경쟁률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부스 설치 숫자보다 7~8배
신청자가 몰립니다. 어떤 부스는 10대1의 경쟁률을 보입니다. 대게, 홍게, 건어물 등 많이들 사가기 때문이지요. 대게축제라서 대게 요리나 해산물
먹거리가 인기여서 외지인들의 축제 재방문률이 아주 높습니다. 노점상 같은 외부상인을 근절하는 게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더페스티벌: 핑거푸드를 개발하자는 노력이 최근에 있었는데..
이춘국: 영덕대게는 원가가 높습니다. 아주
비싸서 2차 가공식품의 부가가치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물게 등의 나쁜 게로 그라당과 치즈를 입혀 요리를 하는 시도도 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원래 오리지널
영덕대게의 참맛을 유지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게국수, 대게장비빔밥, 대게라면, 대게떡
등 대게 먹거리는 다양합니다.
더페스티벌: 그렇다면 축제경영 면에서 책정된 예산을 집행하는 업무보다 지속가능경영지수를 높이는
수익형 축제를 지향하는 일에 더 공을 들여야 할텐데요.. 흑자내는 축제로 발전해가는 계획 같은 게 있나요?
이춘국: 이미 많은 수익형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대게낚시 입장료 등 유료체험의 수입이 적지 않습니다. 깜짝경매의
예를 들어 볼까요? 대게 경매하는데 일반 축제참여객이 몇십만원까지 부르는 일도 생겨 15만원의 경매 상한선을 두기도 했지요. 이처럼 수익형 축제컨텐츠는
계속 도입됩니다. 또한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축제라서 숙박업 요식업 등도 축제 기간만 반짝 북적대는
게 아니라 연중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축제의 장기적 경제 혜택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더페스티벌: 그래서 민주도 축제로 정착이 가능하군요. 이제 축제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보죠. 영덕대게축제의 대표프로그램
또는 킬러컨텐츠는 무엇인지요?
이춘국: 대게황금낚시, 대게싣고달리기, 영덕대게경매의 3大체험 프로그램입니다. 회를 거듭하며 이미 검증이 됐고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랐습니다. 방문객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영덕대게를 획득하고 맛을 보도록 설계가 된 프로그램인데 호응도가 좋아 축제기간 내내 줄을 잇습니다.
더페스티벌: 올해는 3월 22일 개막을 하지요? 새로운 총감독님도 오시고 기대가 되는데요, 올해 21회 축제에 새롭거나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춘국: 무대부터 달라집니다. 새로
오신 총감독은 트러스 형태의 딱딱한 분위기 보다 자연적 조형물을 배경으로 무대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무대
연출 기법도 특이하여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지 않고 관객과 공연자가 쉽게 연동하고 왕래하도록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포토존으로도 애용될 겁니다. TFS텐트 안의 음식관도 공을 들였고요, 대게문화관도 신선한 디자인 발상이 들어가고, ‘대게인의
밤’ 행사도 새로 생긴 건데 대게상인 영덕군민 축제방문객들이 한데 모이는 화합의 장입니다. 영덕군의 9개면민이 참여하는 ’영덕대게풍물놀이경연대회’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페스티벌: 그렇군요, 기대가
됩니다. 문화관광축제로 도약을 해가며 발전을 하는 모습인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시고 싶으세요?
이춘국: 무엇보다도 주민주도형 주민참여형 축제라는 것이고 컨셉지향형 축제로
변신을 한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천년 동안 왕실에서 사랑한 영덕대게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태조 왕건이 경주로 가는 길에 영해(영덕)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영덕대게를 맛보게 되었고 그 후 천년을 이어 오면서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게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주제공연으로 ‘왕의 대게를 사수하라’가 영덕대게 우수성을 전할 겁니다. 어린이 대게 원정대가 함께하니까
영덕군민들이 자긍심을 많이 느낄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탤런트 신구씨가 4년째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제21회 영덕대게축제는 3월 22일(목) 부터 25일(일)까지 4일간 강구항
해파랑공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