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의 축복아래 사람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축제를 즐기면서 명주짜기를 거듭했다. 1만 8천여 신들은 탐라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골고루 나눠주었다. 드디어 이레째 되는 날 거대한 명주 옷이 완성되었다. 설문대할망은 탐라사람들이 만든 명주 옷을 입고 크게 기뻐하며 우렁차게 외쳤다.
"탐라여 부활하라! 탐라여 부활하라! 부활의 바람을 맘껏 느껴라!"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모든 신과 사람들과 짐승들이 감격하여 기쁨의 환호를 부르짖었다.
스토리텔링형축제 2012탐라대전(耽羅大展)의 메인스토리 한 대목이다.
지역 신화와 연관된 스토리텔링형 축제로 오는 9월13일 제주에서 막이 오르는 탐라대전이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수많은 지역축제들이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축제의 본질적인 요소를 갖추지 않은채 지자체의 외적인 과시나 선심성 행정으로 흐르기 일쑤인 탓이다. 마을 고유의 전통문화나 인본적 철학이 없이 따라하기식이나 베끼기식의 축제가 판치고 있다. 축제의 역사가 짧고 자연발생적인 축제이야기가 없기에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축제의 후진성을 탈피하려는 축제계의 노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탐라대전이 그 변화의 키를 잡았다. 제주의 민속축제가 새로운 스토리텔링 축제로 거듭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축제인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기 위해 더페스티벌은 제주를 찾았다.
탐라대전의 기원은 1956년 제주문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문화예술협회 제주지부의 예술인과 제주도민이 연합하여 자발적으로 시작한 제주문화제는 그 뒤로 제주예술제, 한라문화제, 탐라문화제로 이름을 바꿔가며 향토문화축제의 전통을 이어왔다.
56년이 흐른 지금, 2012년, "탐나는 축제, 신들의 초대"라는 슬로건 아래 탐라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축제는 새로 태어나고 있다. 문화예술축제의 카테고리를 지켜가면서 신화역사축제 형식을 가미한 것이다. 잊혀진 탐라 역사와의 재회를 꿈꾸는 축제이고 신화의 섬 탐라의 상상력을 부활시키는 것이며, 천년해상왕국 탐라정신을 새롭게 되뇌이는 국제교류의 정신까지 겸비하고 있다. 삼성혈의 신화나 단군 개국신화와도 차별된 설문대할망의 탐라신화는 세상을 여는 개벽신화로 그 이야기가 줄기부터 다르다.
1만8천 신들이 사는 섬에 탐라의 탄생과 근원 그리고 섬 사람의 상상력과 현대적 감각으로 구성한 주제공연 탐라판타지가 대표적인 공연이라 하겠다. 신화 속 소재의 상징성을 어떻게 표현해 낼지, 공간구성이나 스토리텔링 연출을 어떻게 해 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거대한 스펙타클, 물과 불이 무대에 등장하고 신화에 근거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넌버벌 하이브리드 퍼포먼스를 선 보인다 하니 탐라판타지가 사뭇 궁금해진다.
축제의 상징인 대표적 조형물인 덕판배(탐라선)도 신화 속의 마당을 연상시키며 스토리텔링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다. 길이 51미터이고 폭 20미터인 덕판배는 다양한 원색을 띄는 독특한 구조물로 만들어지며 약 200석 규모의 무대가 된다. 파티공간이 창조되는 것이며 상설행사장으로 쓰인다고 하니 대단한 공간연출 감각이 아닐 수 없다.
‘탐라, 천 년의 사랑’이라는 실제 결혼식이 벌어지고 어린이 연극이 공연되며 "탐라푸른밤 콘서트" 프로그램이 펼쳐질 이 구조물은 축제가 끝나면 이동 도서관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축제의 메인스토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프로그램으로 "주제퍼레이드"가 관심을 끌고 있다. "탐라, 부활의 바람"이라는 주제를 구현해 낼 "바람마차 퍼레이드"라고 한다. 문화예술인과 지역민이 하나되는 이 주제퍼레이드는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벽, 소통, 부활 그리고 희망의 4개 주제 순으로 이어지는 퍼레이드의 참여 예상인원만도 1천6백명이나 된다. 특히 마을의 신화를 비롯해 역사, 문화, 특산물 등을 소재로 한 12개 마을의 주제퍼레이드는 벌써부터 도내 모든 마을의 축제분위기를 잡아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형 축제의 대 장관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참여형 축제로서 그 과정을 중시하는 스토리텔링형 축제의 기본을 유지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축제사무국은 메인스토리의 아이디어 산실인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학과와 10여 차례 열띤 토의를 거쳐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러한 협업의 산물이 어떻게 표현되고 전달될지 축제인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축제의 예술성과 축제성 그리고 제주설화의 정통성을 지켜나가야 할 책임을 맡고 있는 조정국 총감독은 “이 곳 제주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개벽신화를 가진 곳이다. 탐라신화를 토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낸 축제가 탐라대전이다. 스토리에 근거하여 공간구성과 연출이 이루어졌고, 축제의 기본인 집단 신명을 살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탐라대전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주도민이 화합하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며 인위적 요소를 배제한 축제의 본질을 강조했다.
탐라대전은 여느 축제와 달리 폐막식 때 다음 축제의 주제를 미리 발표하는 앞서가는 축제기획력도 선 보일 예정이다.
"내년에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축제를 열라. 그리고 서천꽃밭에서 부활꽃을 찾아오라. 그러면 탐나 왕자를 살려 주겠노라"
라고 힘주어 말한 설문대할망의 약속은 제주인의 축제사랑을 대변해 주고 있다. 탐라문화제의 오랜 역사가 이를 반증해 주기도 한다.
모든 프로그램과 공간구성 그리고 축제구성요소가 메인스토리를 기반으로한다. 서천꽃밭을 상징하는 탐라정원이 그렇고, 명주100동 잇기 프로젝트, 설문대할망해물죽 외 많은 축제음식과, 축제장의 자원봉사자 탐라오백장군이 모두 메인스토리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탐라가면무도회도 축제적 상상력이 한껏 펼쳐지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기획되는 2012 탐라대전이 축제성, 인본성, 포용성, 창조성이 잘 어우러져 지역문화 프리즘에 투영되어 축제문화의 새 지평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