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 냉이 씀바귀 아지랑이 올챙이 개나리 산수유 매화 벚꽃 진달래 철쭉..
봄을 알리는 전령들이 시와 노래로 표현되어 우리에게 오래동안 함께 해 왔지만 어릴 적 추억을 주변에서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봄을 소재로 한 축제가 금수강산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사람들이 하나미(花見)라는 벚꽃놀이를 즐기는동안 우리민족은 진달래 꽃놀이를 친숙하게 즐겨 왔다.
사진 : 고려산 진달래 예술제 (강화군 문화관광과)
다른 해보다도 올 봄은 유난히 늦게 찾아 왔다. 폭설과 꽃샘추위가 3월말까지 기승을 부렸고 일조량이 부족한 농어촌에서는 채소작황과 주꾸미 어획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예상 개화시기에 맞추어 미리 계획했던 매화축제와 벚꽃제 등이 차질을 빚었다. 다행이 음력이 다른 해 보다 늦어 삼월삼짇날이 4월16일이어서 진달래축제가 한창인 강화고려산 진달래문화제 등이 그 덕을 보는 것 같다. 음력 3월3일이면 우리 조상들은 앞산의 붉은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동그란 떡을 만들어 먹고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이러한 화전(花煎)놀이가 대표적인 봄축제였다.
4월이 시작되었다. 팔도강산 여러 곳에서 한민족의 순수한 얼, 아름다운 정(情)과 애틋한 한(限)을 담아 봄을 즐기는 진달래 축제가 한창이다. 영취산, 모악산, 구봉산, 천주산, 비슬산, 단석산, 원미산, 대금산.. 등등 영산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앞 다투어 진달래를 소재로 산행축제와 문화축제를 기획해 내고 있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서 참꽃이라고도 불리며 그 꽃잎으로 빚어낸 두견주는 독특한 향으로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충남 당진 면천의 특산민속주로 중요무형문화재 86-2호로 지정된 면천두견주에 얽힌 설화가 흥미를 돋운다. 면천 복씨의 시조이며 고려개국공신인 복지겸(卜智謙)이 병에 걸려 온갖 약을 다 써 봐도 낫지 않자 열 일곱살 된 딸 영랑이 아미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리게 된다. 기도의 마지막 날에 꿈 속에서 신선이 나타나 아미산의 진달래 꽃잎과 찹쌀을 섞고 안샘(지금 면천초등학교 뒷뜰의 우물)의 물로 술을 빚어 100일 후에 마시라고 했다. 그대로 하니 아버지가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총 200일이 걸려 정성드리는 동안 죽지 않고 버텨 줬으니 진달래꽃술 두견주를 맛 보게되었고 오늘날 면천의 두견주와 진달래축제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또 진달래가 피어날 때 접동새(두견새)가 슬피 울어댄다고 노랫말에서 들어 왔다. 돌아올 수 없는 불여귀(不如歸)의 한을 품고, 피를 토하며 울고, 토한 피를 다시 마셔 목을 축인다는 두견새의 슬픈 사연을 사람들은 알까? 두견새 한 번 울 때마다 두견화 한 송이씩 피어 난다는 애틋한 이야기도 전해 내려 온다. 그 슬픔을 생각나게 하는 노래를 부르며 축제 참가자들은 진달래터널을 지난다.
사진 : 고려산 진달래 예술제 (강화군 문화관광과)
진달래축제를 가기 전에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를 한 수 되뇌어 봄이 어떨까?
산의 꽃 진달래 산마다 피는 진달래
우리나란 산의 나라 진달래 피는 나라
봄이면 남북강산에 이어피는 진달래
저산에 접동새 우네 접동새 울면 진달래 피네
바위틈 모래 흙이 거칠어도 메말라도
웃으며 봄 앞장서서 먼저피는 진달래
진달래 꽃 잎 따다 전 지지고 시도 짓고
목동들 나무꾼들 입에 물고 등에 꽂고
마을로 봄바람따라 내려오는 진달래
글: 서정선 / press@thefestiv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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