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열기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남녀간 세대간의 갈등도, 빈부격차도, 지역차별도 그리고 정당지지의 갈라짐도 없는 한 마음 한 뜻의 대~한민국 외침에서 성공한 축제임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 나가면 운집한 인파 속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도 커다란 용광로안에 함께 녹아든 동질감을 느끼고 심지어는 부둥켜 안기까지 하며 펄쩍펄쩍 뛰어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새로운 커뮤니티문화를 형성한 것이다. 차량경적을 빵빵빵-빵-빵 누르면 지체없이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대~한민국을 따라 외쳐 주기도 한다.
시청앞 광장에서, 영동대로에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대구동성로에서... 전국의 여러 행사장에서 축구경기라는 킬러컨텐츠 하나로 똘똘뭉쳐 젊음을 즐기고 있다. 대단한 축제 하나가 탄생한 것이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축구를 언플러그드 스포츠라고 정의했다. 집집마다 TV를 따로 켜고 전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플러그를 뽑고 한 데 모여 친환경 응원을 즐김이 정착되어감으로써 에너지 절약에도 한 몫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퍼볼은 1억3천만명의 시청자를 한 번에 각각 TV앞으로 모은다.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청을 하다보니 화장실을 자주 찾게되고 결국 워싱턴의 포토맥강이 범람하기에 이르기도 했다.
기업의 마케팅 열기도 축제의 성공을 뒷받침해 준다. 박지성 이청용 박주영이 3D TV 속을 들락달락하는 삼성전자의 광고, 코카콜라 병뚜껑프로모션, 샤우팅코리아 외쳐대는 현대자동차,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앞세운 아디다스, 박지성응원 한국판 퓨전 질레트 면도기 등등 마케팅 비용을 앞세운 축제후원금이 많이 들어 왔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얼굴에 태극문양의 페이스페인팅을 하기도 하고, 온 몸에 태극기를 두르기도 한다. 또한 대형태극기를 제작하여 단체응원도구로 쓰는 등 태극기를 편하게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된 것이다. 과거에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반공의 가치를 위해서, 민주화의 이념분출 수단으로 쓰던 태극기가 아니다. 조수미의 챔피언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짜릿함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고, 오 필승코리아를 외치며 한국인임을 느끼는 젊은이들은 정당도 지역도 계층도 출신학교도 따지지 않는다.
축제의 도가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얼마나 행복한 일상탈출의 순간인가?
우리 민족처럼 축제DNA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인종도 드물 것이다. 집단표현력이 강하고 일체감 형성과 획일주의로 장단점을 다 가지고 있지만 일단 공동의 목적을 가지면 똘똘 뭉친다. 촛불을 들든지 머리에 띠를 두르든지 응원 플라스틱 막대를 들든지 방향이 같으면 함께 뭉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세계 속의 축제강국으로 등극할 수 있으며 세계 축제 4강에 진입할 날도 멀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로 자리잡은 월드컵거리응원, 모든 축제평가항목에서 1위를 달릴 것이다. 축제 참가인원수에서, 국민화합측면에서, 경제유발 규모면에서, 국민행복도 증가면에서 최고의 점수를 땄을 것이고, 전통문화계승면에서도 합격 점수를 땄다고 본다. 많은 지역축제기획자들이 월드컵거리응원 축제의 성공을 벤치마킹 해야하지 않을까?
더페스티벌 대표 칼럼니스트 / suh@thefestiv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