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문화는 우리 한국인에게 어떻게 자리매김되어 있을까? 서구 유럽이나 이웃나라 중국, 일본에 비해 문화역량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만큼 덜 알려졌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문화적교류가 미진한 아프리카의 문화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2011아프리카문화축제(African Cultural Festival)를 개최한다. 2011년 6월30일부터 7월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 가나,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세네갈, 우간다, 에디오피아, 짐바브웨,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토고,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여러나라의 문화예술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외교통상부가 벌이는 문화외교는 단순히 우리문화를 해외공관을 통하여 알리는 것 뿐만이 아니다. 전세계에 불고있는 한류바람이 외교부의 노력에 대한 성과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대라서 쌍방향문화외교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동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실크로드, 중남미, 흑해연안 등 다양한 문화를 우리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도 병행하는 것이다.
외교부의 김상일 문화외교국장의 말을 들어본다.
"조금 다른 얘깁니다만, 예일대의 제이미 추아 교수는 ‘제국의 미래’라는 책에서 말하기를, 고대 페르시아 로마에서부터 당나라, 몽골, 미국 등 세계를 제패해온 여러 나라들의 공통점으로 관용을 꼽고 있습니다. 제국의 역사에서 이들이 지배국가로 가는 상승국면에서는 포용과 열린 마음 등과 같은 관대함이 나타나지만, 제국을 형성한 후 시간이 흐르면 점차 관료주의적 파벌과 부패 등으로 결국 쇠락의 길로 들어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관용얘기를 꺼내서 의아하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강대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으로 상대국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마음과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년에 한, 두 번 하는 외교부 행사이지만, 이러한 저희들의 노력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이 전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관용에 대해 생각해 생각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번 아프리카문화축제가 온 가족이 함께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축제는 인류 문화의 원천이자, 풍부한 예술적 영감의 근원인 문화대륙 아프리카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아프리카의 문화예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부르키나파소, 토고 등 아프리카 5개국 및 한국이 참여하는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카메룬과 한국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합동 공연, 나이지리아, 부르키나파소, 토고 등 아프리카 3개국의 무용수와 한국의 최정상 아프리카 타악 연주단이 함께하는 리듬 앤 댄스, 코트디부아르의 민속공연단 아닌카와 한국의 전통 소리 매혹의 들소리가 만나는 화합의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그 외에도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우간다,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영화, 전시 등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한국인의 감성으로 바라본 아프리카의 오늘을 담은 사진전, 아프리카의 역사와 삶을 보여주는 유물전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아프리카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영화도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 문화설명회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으며, 열쇠고리·목걸이·바틱두건 등 아프리카의 공예품 만들기, 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젬베 연주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외교부 조재철 문화예술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TheFestival : 한국과 아프리카의 쌍방향문화교류 진행 수준이 어느 정돈가요?
조재철 : 사실 아프리카문화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이 우리와 교류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대장금을 비롯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가 나이지리아 등의 아프리카 지역에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도 이제는 해외여행을 통해서 아프리카의 음악이나 무용을 볼 기회가 많습니다. 이번 2011아프리카문화축제 행사에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TheFestival : 우리나라에 아프리카 문화가 상당히 소개되었고 낯설지 않다는 말씀이네요? 그리고 이번 축제는 어느 정도 규모로 문화교류가 이루어 지나요?
조재철 : 양적으로 비교하는 것보다 이번 아프리카문화축제의 주제가 한국과 아프리카의 만남, 함께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공연 규모도 개막에 아프리카 3개 팀이 나오고, 개막 외 공연에 한국 3개 팀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아프리카팀과 한국팀이 대등하게 참가합니다. "다스름"은 우리 국악의 현대화를 표방한 여성실내국악단이고, "들소리"도 신명의 에너지로 우리 국악을 이미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입니다. 좋은 하모니를 이룬 공연이 될 겁니다. 전시와 영화의 경우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방향으로 했습니다. 한국 내에 어느 정도는 이미 아프리카 문화가 침투해 있고, 아프리카 미술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TheFestival : 그럼 아프리카문화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는 말씀이신데, 어떤 문화들이 침투해 있습니까?
조재철 : 예를 들어 천경자 화백의 ‘콩고 킨샤사의 여인들’ 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시는 화가들 중에는 아프리카 문화나 종교에서 영감을 얻어 아프리카 무대를 화폭에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미술이 서구 미술에 영향을 준 경우도 많습니다. 피카소의 경우도 짐바브웨의 쇼나 조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청색시대를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모딜리아니, 브랑쿠시, 헨리 무어 등도 아프리카의 조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품 영역을 넓혔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 입니다. 베네수엘라, 트리니다도 토바고처럼 아프리카 음악이 카리브해로 가서 카리브 음악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틸팬이라고 드럼통을 깍아서 두드리는 것인데, 백인에 대한 저항을 나타낸 음악입니다. 그리고 칼립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리브화된 아프리카 음악입니다. 이번에 소개될 에릭알리아나와 코롱고잼의 연주방식인 ‘바쿠시’도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빌리진’에 영향을 미쳤고, ‘마코싸’도 스릴러에 나옵니다.
TheFestival : 조 과장님은 외교부에 근무하시는데 문화예술계엔 달인의 경지에까지 도달하신 것 같습니다. 특히 조재철의 소설 "다리"가 이미 더페스티벌을 통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요. 소설가로서 아프리카 문학의 세계는 어떻게 보십니까?
조재철 : 아프리카에선 문학쪽으로도 많은 작가들에게 소재와 영감을 제공했지요. 예를 들어 영국의 소설가 조셉 콘라드가 쓴 소설 “Heart of Darkness" 즉, "암흑의 핵심”의 무대가 바로 콩고강입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폴란드 출신의 소설가가 콩고강 기선을 모는 동안 느낀 점을 소설에 생생하게 담은 것입니다. 식민지 고발정신을 담고 있으며, 착취로 말미암아 인간성이 파괴된다는 교훈을 주는 소설입니다. 그런데,이 소설을 이용해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지옥의 묵시록’ 영화를 만들어 국내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저는 이 영화는 본래의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가 왜곡되었다고 봅니다. 이 영화에서는 미국과 캄보디아가 배경으로 전쟁으로 인한 영혼파괴와 인간성상실을 보여주며, 악마같은 소왕국을 만든 군 지휘자를 강제로 끌고 오는 작전 이야기인데, 원작 소설이 훨씬 좋습니다. ‘지옥의 묵시록’ 영화도 훌륭하지만 우리에게 끔찍한 인간성파괴의 진실을 표현하는 데는 역시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소설 ‘암흑의 핵심’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TheFestival : 그렇다면, 아프리카를 보는 세상의 시각도 꽤나 왜곡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조재철 : 맞습니다. 아프리카는 그 동안 서구에 많은 문화영향을 줬습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영향을 받았구요. 실제로 많은 한국인들이 투자목적이나 지하자원개발 등의 목적으로도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고, 국내에도 만여명의 아프리카인들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보면, 작년 기준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와의 교역비중에서 2%, 해외투자액의 1.5%를 기록하고 있고 ODA의 1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로 아프리카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 상투메프린시페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 우리 교민이 살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가 이미 아프리카와 가까와졌습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아프리카에 한국 공연단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카메룬, 레바논, 사하라 사막을 거쳐 모로코, 알제리에 한국 공연단이 갑니다. 정부에서 파견하지 않은 민간의 공연단도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상당히 많습니다.
TheFestival : 아프리카는 아직도 경제적인 풍요와는 거리가 멀어서 영화산업은 발전되지 않았을 거라 판단되는데 이번 축제에 영화를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조재철 : 그렇지 않습니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빈곤으로 문화발전을 못 시키는 대륙이 아닙니다. 최근 기사에도 나왔는데, 날리우드(nollywood)라고 나이지리아에서 영화산업이 엄청 발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 전세계에 보급하고 있는데, 이번 아프리카문화축제의 영화가 꼭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아프리카에서도 문화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영화를 수출하는 등 노력을 많이 합니다. 제가 처음 외교부에 들어왔을 때 놀란 것 중 하나가 부르키나파소에서 개최하는 국제영화제가 한국에 참가요청 공문을 보내왔던 일입니다. 현재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 출신 영화인들중에는 부르키나파소 등 현지국가의 영화학교 출신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이지리아 한 나라에서 만들어 지는 영화가 한해 1,000편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00편이 좀 넘는 정도이지요. 볼리우드(Bollywood)라는 영화산업으로 유명한 인도는 연간 800편정도를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부르키나파소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합니다. 아프리카가 영화에 있어 세계 영화 흐름에서 뒤쳐지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TheFestival : 이젠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버려야겠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도 아프리카는 토속신앙과 야생문화가 지배적이어서 서구의 시류와는 별개일 것이라는 느낌인데요.
조재철 : 짐바브웨의 쇼나 조각의 경우에도 전통 예술이 아닌 현대 조각입니다. 조각, 음악, 미술, 영화 등이 저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현대와 발맞춰 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은 뿌리가 깊고, 종족에 대한 충성심이 깊습니다. 그러나 종교를 보면 의외입니다. 대부분 국가가 토속신앙이 아니라 이슬람이나 기독교입니다. 나이지라의 경우도 90%가 이슬람이나 기독교입니다. 아프리카의 역사에 있어서 가나, 말리 등 강대국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맥을 끊어 놓은 것이 노예무역, 식민지 였습니다. 어떤 나라는 노예무역을 통해서 인구의 1/3이 노예로 가는 바람에 노동력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받은 타격이 현재까지도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는 세네갈 고레섬이란 곳에 가서 노예를 사고 팔던 끔찍한 장소를 보았습니다. 수용자들의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노예상인들과 흥정이 오가는 중에 죽었습니다. 비인간적인 행위도 그렇지만 경제적으로도 과거에 아프리카는 많은 사람들이 노예로 팔려가면서 심각한 노동력부족위기를 맞았고 회복에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서구사회가 동양을 이른바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르는, 자기들 잣대대로 보는 시각이 아프리카에도 마찬가지로 있었습니다. 문제는 서양인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대하던 시각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무언가 특이한 것을 찾으려는 것보다는 우리와 같이 보편적인 생각과 감성을 가진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아프리카인들을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suh@thefestiv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