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3대축제를 꼽으라면,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볼리비아의 오루로 축제 그리고 페루의 쿠스코 축제를 들곤 한다. 쿠스코(Cusco)는 페루의 한 도시가 아니라 태양의 제국 잉카의 수도라고 자칭되어지기도 한다. 이 곳에서 해마다 6월24일에 열리는 쿠스코축제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인티 라이미 (Inti Raymi) 즉, 태양의 축제다. 잉카의 제례를 재연하는 이 축제는 잉카시대 태양의 신전이 있던 코리칸차에서 시작된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 잉카의 신전을 부수고 그 자리에 산토도밍고 교회를 세웠지만 축제는 사라지지 않고 오늘 날까지도 잉카의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
건장한 남자가 왕으로 뽑히고, 예쁘고 교양있는 여자가 왕비로 뽑혀 축제 3일 전부터 옥수수만 먹으며 금식을 한다. 축제 전날 모든 사람들이 캄캄한 중앙광장에서 태양신을 기다린다. 태양신을 맞이한 축제 시작일에는 왕의 행렬을 따라 아르마스 광장은 축제인파로 가득 찬다. 9일 동안 노래와 춤으로, 그리고 술과 음식으로 쿠스코태양제는 계속된다. 이 축제를 보기위해 자국민은 물론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역사는 힘 있는 민족이 약한 민족을 침략하여 통치 지배하는 끊임없는 권력투쟁의 연속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지배를 당하여도 문화적으로 지배를 당하지 않는 게 일상이라고 볼 때 축제의 역사는 피지배층에서 나온 문화보존 욕구에서 기인될 때 뿌리를 강하게 내릴 수 있는 것 같다. 원주민은 침략자에 대항하여 투쟁하다가 결국 힘에 굴복하고 말지만 그 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원초적 토착문화 감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정의 흐름이 동질감을 느끼며 적어도 일년에 한 번씩은 모여서 표출해 내던 것이 그 들만의 축제인 것이다.
뉴질랜드는 1769년 쿡 선장이 이끄는 영국인들이 점령한 뒤 수십년간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졌다. 원주민 마오리 족은 결국 손을 들었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지만 그들만의 설 날 동쪽하늘 별무리 "마타리키" 소원성취문화는 아직도 축제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마오리 족은 한 해의 풍작을 기원하면서 황소자리 성단을 보며 점을치고 복을 빌고 연을 날리고 불꽃놀이를 하는 축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 피지배계층에서 나온 문화표현이 봉산탈춤, 남사당놀이, 산대놀이 등으로 자연스럽게 카니발 본능을 꽃 피운 것이다.
요즘들어 경제가 힘들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역축제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겼어야 할 축제가 우후죽순 인위적으로 생겼다가 자연스레 없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정치도 힘들어지고 있다. 사회가 혼란해서 그런지 "나는 꼼수다"라는 반 정부 패러디 프로그램이 축제화 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피지배계층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을 때 탈춤추기 같은 시사적 놀이를 벌이는가 보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문화가 합쳐지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우리 축제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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