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연작영화 제23편인 ‘007 스카이폴’은 전형적인 영미(앵글로-아메리카)의 합작품입니다. 연출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인 샘 멘데스가 맡았습니다.
이 영화의 도입부는 거대한 손에 포로가 된 제임스 본드가 바다 밑 심연으로 끌려가며 허우적대는 장면입니다. 50년을 폭력적으로 내달려온 살인면허 첩보원이 감내해야 했던 피로와 염증, 고통과 분열을 그려 보이는 장면입니다. 제작자 측은 1962년에 제1편인 ‘007 살인번호’가 나온 이래 반세기가 되어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고 홍보했습니다.
007 첩보영화는 대표적인 냉전시대의 산물입니다.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담고 동양을 비하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 된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007브랜드가 존속하며 관객을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그 것은 앵글로-아메리카 진영을 수호하는 첩보원 제임스 본드의 적이 소련 첩보원에서 악덕 다국적 기업가, 이슬람 테러리스트 등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정체를 바꾸어 온데 있습니다. 이번 ‘007 스카이폴’에서 악당은 제임스 본드와 같은 영국 첩보조직 내부 출신입니다.
‘비록 많은 것을 잃었지만 또한 많은 것이 남아있으니, 예전처럼 천지를 뒤흔들지는 못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다. 영웅의 용맹함이란 단 하나의 기개, 세월과 운명 앞에 쇠약해졌다 하여도 의지만은 강대하니, 싸우고 찾고 발견하며 굴복하지 않겠노라-알프레드 테니슨의 율리시스’
샘 멘데스 감독은 ‘007 스카이폴’의 중요한 대목에 이 율리시스의 한 구절을 집어넣고 첩보영화 007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에게 그것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려고합니다. 그 정체성을 성찰하는 양 줄거리를 설정하여 007 시리즈의 연장을 꾀합니다.
첩보영화 007은 앵글로-아메리카를 수호하는 공격적인 세계관을 펼치면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은 상징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