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짓날에 주변의 소중한 이들과 따끈한 팥죽을 나누는 우리의 풍습을 되새겨 다지면 좋겠습니다. ⓒ담장옆에 국화꽃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 주인공 광해는 궁 음식 중에 밤참으로 먹는 팥죽을 제일 좋아합니다. 광해는 머리를 조아리는 한 상궁에게 이 팥죽을 누가 만들었느냐고 물으며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관객까지 군침이 돌게 만듭니다.
오늘은 팥죽을 먹는 동지입니다. 동지는 24절기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옛사람들은 동지를 작은설이라 부르며 경사스러운 날로 여겼습니다. 지금도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다”고 하는 말이 이어져옵니다.
동지 팥죽은 신라시대의 설화에 닿아있습니다. 어느 선비의 집에 한 밤중이 되면 과객이 왔다가 새벽닭이 울면 사라지는데, 선비가 시름시름 앓으며 야위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에게 물어 보니 그 과객은 도깨비이니 흰말의 피를 뿌리면 물리칠 수 있다고 하여, 대신 팥죽을 쑤어서 그 것을 뿌려 도깨비를 물리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고서인 형초세기에는 동짓날 팥죽을 먹고 역귀를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2월이면 크리스마스 장식이 길거리에 널리고 곳곳마다 캐럴이 흘러나옵니다. 동지는 어느새 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애석합니다. 동짓날에 주변의 소중한 이들과 따끈한 팥죽을 나누는 우리 풍습을 되새겨 다지면 좋겠습니다.
<돈키호테의 어록>
“문화재 복원은 단순히 외형적인 부분만을 살리자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있는 철학이나 구조를 함께 회복하자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문화재를 살아 있는 대상으로 보는 움직임이다.”
-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윤현옥
84년간 살아있는 쥐
사진=84년 간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미키마우스 ⓒ월트디즈니
미국의 경매업체인 헤리티지 옥션은 지난달에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영화 포스터 한 장을 10만 달러(한화 1억 1000만원)에 팔았습니다. 이 포스터는 미소를 띤 미키마우스가 장갑을 낀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으로 최초의 유성 만화영화 ‘미키마우스’를 광고하고 있습니다.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를 비롯해서 백설공주, 피노키오, 신데렐라 등 만화 주인공을 탄생시켰습니다. 디즈니가 죽고 4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디즈니 상표를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합니다.
월트디즈니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찬사와 비판이 엇갈립니다. 그가 처음으로 문화아이콘을 창안했고 어린이 소비자의 잠재력을 발견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그러나 이윤만을 추구하는 미국적 상업화의 화신이라는 비판이 있고, 실재하는 여러 모순과 갈등을 제거하고 단지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원작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디즈니사 사장으로 있다가 쫓겨난 제프리 카젠버그는 애니메이션 ‘슈렉’을 만들어 디즈니 만화를 비꼬았습니다.
요즘은 더욱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화영화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탄생 84주년을 맞은 미키마우스가 언제까지 월트디즈니의 마스코트 자리를 지킬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