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분류하는 마케팅 용어에 나날이 거품이 일고 있습니다. 프레지던트석이 나오고 프리미엄석이 나오더니 극소수 상류층고객(VVIP)석이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공연에 P석이라 부르는 40만 원짜리 표가 등장하여 R석은 로열석이 아니라 일반석(레귤러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났습니다. 좌석 등급 부풀리기(인플레이션)입니다.
결국 공연은 가치에 따라 값을 지불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비싼 값을 지불해야 품위 있게 보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고가의 신종 티켓은 무조건 비싼 공연이 좋은 공연이라는 ‘명품 강박’을 이용한 데서 비롯했습니다.
이런 공연계의 좌석 등급 인플레이션을 보다 못해 마침내 예술의 전당은 결단을 했습니다. 모철민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P석과 극소수 상류층 고객(VVIP)석을 없애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하여 최초로 R석을 최고 등급으로 삼고 S·A·B·C·D석으로 이어지는 6단계 표준 좌석 등급제를 도입 했습니다. 또 청소년 회원의 가입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공연 당일까지 팔리지 않은 좌석은 할인 판매하는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연계도 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기업 후원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초대권을 돌려서 좌석을 채우려고 급급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관객을 늘리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술의 전당이 채택한 새 조치가 낡은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지 티켓 가격의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고 말지 모두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