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름달을 보셨습니까?
그리고 그 달님께 소원을 빌으셨습니까?
두 가지다 하셨다면 올해는 아마 운수대통 하실 것입니다.
한낮의 쾌청함과는 달리 달이 떠오를 무렵에는 짙은 구름으로 달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옥종면 위태리 앞 둥근 산 위에 떠오르는 달님을 보았을 뿐 아니라
그 달을 보면서 기도를 할 수 있었던 행운을 누렸습니다.
정월대보름 산불예방활동을 하러 찾아간 옥종면 오율마을,
불과 열다섯 세대가 한 가족처럼 모여 사는 산골마을에도 작은 달집이 지어졌습니다.
초대형 달집이 지어지는 다른 마을들과는 달리
오율마을은 어렸을 때 제가 보았던 그 소담하고 작은 달집 그대로였습니다.
요즘 작은 복은 눈에도 차지 않나 봅니다.
가능하면 크게, 그것도 모자라 크레인까지 동원되어 맘모스 같은 달집이 지어지는 것이
다반사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율마을의 달집은 달집다운 달집처럼 느껴졌습니다.
올해 정월대보름 달이 그렇게 휘영청 밝지 않은 것은
욕심 많은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그렇게 큰 달집을 보고 오히려 달이 부담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그렇지만 작고 소박한 오율마을의 달집 속으로는 달이 쏘옥 들어왔습니다.
“욕심 없는 오율마을 달집 속으로 내가 들어가리라...”
허리춤에 숨겨서 속옷을 가져와 달집에 살며시 넣으시는 할머니,
두 손 모아 달님께 소원을 비는 아주머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덩달아 춤을 추는 코흘리개 어린아이,
나물이며 막걸리며 음식을 갖다 나르는 젊은 아낙네들,
매년 해 왔던 것처럼,
오율마을의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순응하며 살아왔던
바로 우리 조상들의 욕심 없는 삶을 보여주는 거울 같았습니다.
불과 한 시간도 안 되어 달집을 다 지었다는 한 아저씨는,
“달집이 크다고 다 좋은기 아인기라”
“마음이 중요한기지...”
하시면서 동네 할머니들과 신나게 어울리셨습니다.
오율마을에 찾아온 달님이 모든 분들의 마음도 밝혀주길 빌어봅니다.
그리고 올해도 운수대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