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창조경제
-오익재
ʻ지식경제ʼ에서 ʻ창조경제ʼ로
경제도 창조가 핵심이라고 생각한 경제학자는 조지프 슘페터이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혁신(Innovation)’이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창했다.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융합의 시대’에 대응하여, 다양한 분야의 융합기술이 창출되고 응용되어 신산업이 탄생하도록 융합산업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는 공약을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기존의 산업자원부를 뼈대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조직 일부를 더해 ‘지식경제부’라는 이름의 부처를 탄생시켰다. 우리 산업을 지식기반형 경제와 기술혁신형 경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다짐이었다.
창조산업의 창조
일본의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는 1990년에 <창조의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력의 척도가 군사에서 정치, 경제에 이어 문화로 바뀌는 ʻ창조의 시대ʼ로 세계가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2000년 8월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위크>는 칼럼에서 “20세기 기업의 조류가 물질적 재화였던 것처럼, 21세기 기업의 조류는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산업경제(Industrial Economy)는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에 빠른 속도로 자리를 내주고 있다. 자본과 인터넷의 힘 덕분에 한때 대기업이 누렸던 경쟁력을 이제는 신생기업도 누릴 수 있다”며 21세기 기업에 중요한 것은 창조성, 혁신, 속도라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2002년 <창조계급의 부상(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이라는 저서에서 21세기 창조사회에 경제발전을 이끄는 주체는 바로 창조적 인재라고 간파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적 변화를 위해서는 재능(Talent)·기술(Technology)·관용(Tolerance), 즉 3T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조적 인재들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개방적 태도, 그리고 이들의 창의력 발휘를 도와줄 기술 발전이 결합하여야 창조경제가 성공한다는 것이다.
UNCTAD는 창조산업을 “경제를 성장∙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창조적 자산 혹은 그에 기반한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은 본원적 투입으로서 지적 자본을 사용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창출과 생산 및 분배의 전 과정을 말한다. 창조산업은 개인의 창의력이나 재능에 기초해 새로운 부나 직업, 기업을 창조하는 산업이다.
영국의 창조산업
영국 정부는 1998년 이른바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 창조적 영국)’이라는 중장기 경제정책 비전을 선포했다. 창조를 기치로 경제·산업구조의 대전환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대외 경쟁력을 상실하고 쇠퇴 일로에 있던 제조업을 벗어나 창조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콘텐츠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영국은 창조산업의 글로벌 롤 모델이 되었다. 영화, 대중음악 수출 규모는 세계 2위로 성장했고,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로 도약했다. 디자인, 애니메이션, 게임 분야에서도 일류 경쟁력을 갖췄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출판·영화시장에서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영국의 창조산업은 1997년에서 2006년에 걸쳐 연 평균 6.9%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영국의 연 평균 경제성장률을 2배 이상 웃도는 높은 성장세다.
영국 경제학자 존 호킨스는 영국의 창조산업 성공을 바탕으로 2001년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라는 책을 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부동산과 돈이 아니라 창조적 아이디어와 지식재산이라는 것이다. 호킨스는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디자인, 영화와 음악 같은 창조산업을 창조경제를 이끄는 핵심산업으로 규정했다.
영국의 DCMC(Department of Culture, Media and Sport)는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를 “개인의 창조성과 스킬, 재능 등에 기반한 산업 내지 지적재산권의 창출과 이용을 통해 부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경제”로 정의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도 창조산업 진흥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2007년부터 문화산업의 발전과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문화와 창조경제 이니셔티브(Initiative Kultur- und Kreativwirtschaft)’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산업이 독일 주요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고, 독일 제조업처럼 해당 분야에서 강력한 중소기업들이 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창업국가, 이스라엘
이스라엘에서 창업은 곧 창조경제이다.
지식재산도 생활화되어 있다. 70년대엔 해수의 담수화 특허를, 80년대엔 원자력 안전 특허를, 90년대엔 인터넷 보안 특허를 석권하면서 이스라엘은 창조경제의 주도권을 잡았다.
‘21세기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창업국가>는 반복되는 전쟁, 적은 인구, 빈약한 영토 등 악조건 하에서 이스라엘이 거둔 경제적 성공에 주목한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750만명, 국토면적은 충청도 정도에 불과하지만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회사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2009년 5월 기준으로 독일, 프랑스, 한국, 인도, 싱가포르, 영국, 일본의 경우 나스닥 상장사 수가 2개에서 6개이지만, 이스라엘은 63개다. IT(정보통신) 혁신기업인 "RAD"그룹은 직원 3000명에 나스닥 상장사만 8개를 거느리는 21세기형 재벌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세계 최고다. 미국과 일본이 각기 2.7%, 3.2%인데 이스라엘은 4.5%다.
이스라엘의 창업경제 성공의 배경에는 상대방의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대등한 입장에서 따지고 묻는 ‘후쯔파’ 정신과 실용주의를 뜻하는 ‘비추이즘’이 숨어있다. 이스라엘어로 "대담함, 뻔뻔함"이라는 뜻의 후츠파(Chutzpah) 정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창업정신을 상징한다. 창업은 세상에 없었던 것을 새로이 만들어 내는 창조 경제의 실천이다. 잘되는 사업을 모방해 경쟁하는 차원의 개업(開業)과 창업은 다르다.
미국에는 이스라엘보다 30배나 많은 의과대학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산업 분야의 창업은 이스라엘이 40%를 차지한다. 이스라엘에서 "대학은 4년 만에 졸업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공부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꾸준히 학습하며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다.
우리정부도 창조경제로
“지금은 투자력으로 승패가 갈라지던 산업구조를 넘어 두뇌싸움(창조력·상상력·아이디어 등)으로 승패가 좌우되는 시기입니다…창의력·상상력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창조경제 활성화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위한 전담부서를 만들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을 바탕으로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창조경제론을 제시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담당하는 과학기술 정책을 비롯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관련 업무를 모두 모아 미래창조과학부를 새로이 탄생시켰다.
박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통해 기존의 성장 방식을 타파하고 선도∙창의형 경제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론은 이스라엘 언론인 사울 싱어와 미국 외교부 관료 출신인 댄 세노르가 2010년에 펴낸 공동저서인 <창업국가>에서 기인한다.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콘텐츠산업 진흥을 통한 창조경제 활성화" 기자간담회에서 "문화를 모태로 한 콘텐츠 산업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며 "창조경제는 제조업으로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홍원장은 "창조기업 애플, 스페인 빌바오의 창조 클러스터, 창조산업이 탄생한 창조도시 영국 런던 등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은 이미 창조경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조 경제에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개인의 창조성이다. 창조성은 개인의 인성이나 기질, 특성, 상상력에 의해 좌우되고, 개인의 탁월함, 아이디어의 풍부함이나 신규성, 진보성, 상식에 도전하는 과학적 태도, 타인과 다른 관점․사고․독창성 등이 요구된다. 모든 개인에게는 어느 정도 창조성이 잠재되어있다고 본다.
개인의 창조성이 사장되지 않고 자원화 되도록 국가가 유인하고 지원해주는 제도가 지식재산제도이다. 박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박근혜 정부가 국가를 이끌기보다는 국민 개개인이 잠재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문화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이 창조경제 활성화의 핵심이다.
창조경제시대에 저작권경영을 연구/저술하며, 강의/컨설팅하고 있습니다.
한국커뮤니케이션연구소(blog.naver.com/skclab)/소장 오익재(skc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