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만의 고온이라고 합니다.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세상이 갑자기 떡시루위에 올라앉은 듯 하였습니다.
덕분에 매화는 팝콘 터지 듯 하였고 이대로 가다가는 봄이 온대간데 없어지고
곧바로 여름이 올 것 아닌지 염려가 되네요.
매화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청 보리 밭 아니겠습니까?
늦가을에 파종되어 한겨울동안 겨우 눈만 붙어있었던 보리싹이
제대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습니다.
보리 밭 만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을 듯합니다.초등학교생 시절,
전교생이 오후시간에는 아예 수업을 포기하고
학교 옆 보리밭으로 나가 보리밟기를 했었습니다.
방학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끌려 나가다기피하여 보리밭 밟기에 동원되었었고
그 날 밤 내내 다리가 아파 끙끙거렸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보리가 허리만큼 자랐을 때에는 최고의 놀이공간이었지요.
보리를 잘나내어 미로처럼 만들어 놓고 숨박꼭질이며 총 놀이를 했었고
토끼와 돼지가 먹을 풀을 베러 나갔던 곳도 물론 동네어귀 보리밭이었습니다.
세월은 흘러도 초봄의 들판을 깨우는 것은 예나지금이나 보리밭입니다.
아지랑이와 같이 피어올라 매화의 유혹속이서도 꿋꿋이 그 자태를 뽐내는
보리이파리가 오늘따라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연분홍매화와 최적의 조합 청보리,
이제 곧 청보리 밭 물결에 멀미하는 계절이 찾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