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모방경제이다.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고 범위가 너무 넓어 실천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큰 틀에서 창조경제의 방향성은 이해하나 "정확히 무엇이다"하는 게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운영 윤곽이 나와 봐야 세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는 것이 대기업의 창조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다.
만일 창조경제를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의한 후에 창조경제의 실천전략을 짠다면 추종경제, 지시경제, 모방경제라고 불러야 한다.
창조경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해보면 “창조경제란 과학기술 및 문화예술 창작물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던 재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여 스스로 창조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일자리 등 경제적 성과를 올리는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의 사회적 존중을 통한 경제부흥”이 창조경제이다. 정의하고나면 이미 창조경제가 아닌 모방경제가 시작된다. 모방과 창조는 반대말처럼 들리지만 모방 없이는 창조도 없다. 창조경제는 유일한 창조자와 수많은 모방자로 이루어진다.
창조경제에서 회자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10大 히트상품" 가운데 1위를 강남스타일로 선정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흔히 유튜브라는 ICT가 이룩한 성과로 평가되지만, 이보다는 사람들의 모방심리가 보다 큰 역할을 했다.
<싸이 서울광장 콘서트>
만일 지구촌민 누구나 말 춤을 즐기지 않았다면 강남스타일은 히트상품이 아니다. 말 춤을 따라 추는 지구촌 모방자가 없었다면 말춤의 경제적 성과도 사라진다.
말 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음악, 드라마, 게임, 영화, 책 등 문화적 창조물은 모방심리가 흥행에 큰 몫을 한다.
많은 음식점이 원조임을 주장하는 간판을 달고 있다. “원조” 혹은 “00년 전통”, “원조의 원조”, “태조” 등의 간판은 자신은 그 음식의 창조자이며, 오래 전부터 많은 고객들이 꾸준히 자기 식당을 찾았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다.
원조만이 있고, 모방자가 없으면 문화도 없다. 그 원조는 시대를 앞서간 외로운 천재일 뿐이다. 소녀시대, 원더걸스의 성공은 솔로보다는 여성그룹, 노래보다는 댄스, 노래 실력보다는 섹시함을 표현하려는 경향을 대중음악계에 널리 확산시켰다.
<다국적 걸그룹 라니아>
걸그룹만 걸그룹을 따라한 것이 아니다. 걸 그룹의 옷이나 장신구 등 패션을 따라하던 수많은 모방자들은 노출, 양악수술 등 성형까지 따라했다.
창조산업의 하나인 패션산업은 모방심리가 없으면 유지가 어렵다. 패션에서 모방심리는 유행으로 발전한다. 드라마에서 연예인이 메고 나온 핸드백은 너도 나도 사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모방심리에 의한 행동이다. 모방행동이 드라마나 영화 속 PPL이라는 간접광고 시장을 만들었고, PPL회사의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모방심리를 설명하는 경제용어는 "밴드왜건 효과"이다. 이는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일컫는 말로써,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모방심리는 경제활동에 직접 이용되기도 한다.
팁 문화가 발달한 서양의 BAR나 카페에서는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투명한 팁 바구니에 수십 달러의 지폐를 미리 넣어 놓는다. BAR나 카페에서는 팁 바구니를 텅 빈 채로 놔뒀을 때보다 더 많은 팁을 받는다.
교회의 헌금 바구니에는 미리 고액지폐를 여러 장 담아 다음 예배 참석자들에게 돌린다. 사람들은 앞서 간 손님들이나 예배 참석자들이 고액권을 넣었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한다.
모방은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생각과 느낌이 전염되기에 가능해진다. 생각과 느낌의 표현이 전염되지 않으면 예술적 창작은 경제성과를 창출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저작권 소송 가운데 하나는 표절시비이다. 표절시비는 원작품을 모방했느냐에 관한 저작권 분쟁이다. 작년 말에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표절 소송을 제기한 작곡가가 있었다. 최근 한 작곡가는 작년 말 표절시비를 모방하여 "국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자신의 곡 "나쁜 스타일"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곡가 이모 씨가 발표한 "나쁜 스타일"을 싸이가 그대로 베껴 "강남스타일"로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손해배상청구액은 1억원이 넘는다. 싸이의 소속회사는 “‘강남스타일’은 7월에, 이 씨의 "나쁜 스타일"을 11월에 발표했다. 곡 스타일도 "강남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장르는 발라드로 멜로디에서도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며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는 반응이다.
모방으로 사회화된다.
모방이 없이는 창조도 없다. 로마의 대시인 베르길리우스는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의 방법을 잘 모방하여「아에네아스」라는 대작을 남겼다. 셰익스피어도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플롯을 모방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 운영체제는 맥킨토시 운영체제를 모방한 결과이다. 애플의 맥킨토시 운영체제(Mac OS X)를 라이센싱 계약으로 사용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WINDOW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자 애플사는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역사적으로 모방은 문화 전수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과 문학과 도덕적 품격에 대한 관찰 학습을 미메시스(mimesis)라고 했다. 모방은 본능, 발달, 조건 형성, 그리고 도구적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
James는 모방이 사회화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는다고 믿었지만, 어떠한 과정에 의해서 모방이 일어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McDougall은 모방의 정의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는 본능적이고 명시적 모사(copying)’라고 한정했다. Watson은 “본능적인” 것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행동은 주로 훈련으로부터 유발되는 것이며, 따라서 학습된 것이라고 믿었다.
Piaget는 모방에 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피아제는 인간의 발달이, 조직화된 사고와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 기초가 되는 도식(schemes) 혹은 인지적 구조의 획득과 관련된다고 믿었다. 각 개인에게 사용가능한 도식은 그들이 사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결정한다. 도식은 이전의 경험을 반영하고 특정 시점에서의 개인의 지식을 구성한다. 아동들은 그들이 이해하는 행동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인지 구조와 일치하지 않는 행동들을 모방할 수는 없다. 발달은 모방에 선행한다.
Skinner의 조작적 조건화 이론은 모방을 일반화된 반응의 부류로 다룬다. 3단계의 상황에서(SD → R → SR), 모델화된 행동은 변별 자극(SD)으로서 기능한다. 관찰자가 같은 반응을 보이고(R) 강화를 받을 때(SR), 모방이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은 이른 생애에 형성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소리를 내고("아빠"와 같은) 아이가 이를 모방하면, 부모가 강화를 실시한다(미소, 껴안음). 모방적 반응 단계가 확립되면, 그것은 간헐적인 강화 스케줄에 의해서 유지될 수 있다. 아동들은 모델들(부모, 친구들)이 강화를 위한 변별자극의 제공자로서 남는 한, 그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리촐라티 교수는 10여 년 전에 거울뉴런이라는 뇌구조를 주장했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 또는 감정을 머릿속에서 추측하고 모방하며, 인간의 공감능력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신경세포이다. 즉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얻은 정보를 부호화하여 즉각적으로 상대방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다. 거울뉴런은 사람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거울뉴런으로 사회구성원들 간의 공감형성이 가능해진다.
소비상황에서 거울뉴런은 홀로 반응하는 대신, 쾌락을 유발하는 도파민과 한 쌍이 되어 반응한다. 우리들이 제품구매를 결정하는 순간에 거울뉴런은 도파민을 자극하고, 충동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창조경제는 ICT경제이다.
오늘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한 과학기술과 예술은 모두 컴퓨터를 이용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집안에 있어도 인터넷으로 온 세계와 교류할 수 있게 된 오늘날, 소비자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속에서 생활한다. 커피숍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가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지체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검색한다. 지하철이나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e메일을 확인하고 트위터를 날리며 온라인으로 쇼핑, 학습도 한다. 스마트 기기들은 각종 자료의 작성과 어려운 계산까지도 해결해 준다.
스마트폰의 폭넓은 이용은 모방심리로 가능해진 것이다. 컴퓨터의 기능적 한계를 스마트 미디어가 등장함으로써 뛰어넘었다. 즉, 이동성, 휴대성, 상황 인지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무선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용량이나 속도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자, 인간의 오감을 컴퓨터가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오감센서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맥락(context)을 컴퓨터가 이해하는 육감 커뮤케이션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애플은 주변의 광, 온도, 소음, 행동, 힘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상황인식"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능들을 사용자가 실행하기 전에 상황인식 기술을 통해 먼저 파악하고 자동으로 실행한다. 애플은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부족한 기능의 일부를 처리 할 수 있는 신기술 특허 출원을 계속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두뇌 보조 도구의 역할을 가능하게 하였고, 그 결과 학습과 기억을 바탕으로 인지와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현실화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최근 스마트 미디어의 보급과 이를 활용한 SNS의 급속한 성장으로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대규모 데이터 처리, 분석 및 활용 기술을 필요로 하게 됨으로써 이슈가 되고 있다. 기존의 정제되고 명확한 의미의 정형화된 데이터가 아닌 XML, HTML 등의 반정형 데이터 혹은 사진, 오디오, 비디오 등의 미디어 데이터나 로그파일 같이 비정형 데이터도 처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빅 데이터의 분석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 인터넷에는 전 인류가 평생을 걸쳐 읽어도 다 읽을 수 없을 정보가 있다. 이를 한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를 분석할 경우 질병이나 사회현상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법칙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인지과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을 새로운 지식과 융합하면 복잡한 인간 행동을 예측하거나, 무엇인가 창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창조경제 컬럼은 투데이신문(//www.ntoday.co.kr)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한국커뮤니케이션연구소(blog.naver.com/skclab)/소장 오익재(skc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