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식사하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교류하는 식탁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구미에서 파티문화의 하나로 생겨난 ‘소셜다이닝(사회적 식사)’을 직수입한 것입니다. 1인 가구가 늘고 바쁜 일정에 쫓겨 가족과 식사하지 못하는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새 식사풍속입니다.
이런 사회적 식사를 본뜬 모임으로 ‘집밥’이 있습니다. 누구나 집밥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모임을 선택하고 신청하면 새로운 사람들과 한 식탁 사교모임에 동석할 수 있습니다. 모임의 평가가 좋으면 ‘앵콜 모임’을 갖는다고 합니다.
집밥을 운영하는 박인 대표는 2012년 2월부터 소셜네트위킹서비스(SNS)와 블로그를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주관했다고 말합니다. 식탁 모임은 금시에 인기를 얻고 모임이 한 주에 한 번꼴로 잦아지자 8개월 만에 집밥 홈페이지를 개설하게 됩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시에서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매일 모임을 열 정도이고 그간 660개가 넘는 모임을 열었습니다.
온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풍습은 박제가 되어 남았습니다. 속절없는 사회변동에 따라 서양의 ‘소셜다이닝’이라는 생경한 이름이 나오더니 어느새 집밥이라는 이름의 식탁으로 바뀌었습니다.
<돈키호테의 어록>
“시간이 지나면 바뀔 것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을 당신이 직접 바꿔야만 한다."
- 앤디워홀
"노랑봉투"의 이타심
사진= 네델란드의 구드작 봉투 ⓒWaarmakers
구드작 (Goedzak)이라는 이름의 친환경 봉투는 네델란드 제품입니다. 그 나라 디자이너그룹인 웸메이커 사의 사이먼 아카야가 버려지는 물건을 깨끗하게 보존하여 새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궁리한 끝에 만든 것입니다.
이 비닐 봉투의 절반은 "구드작"을 표기한 노랑색 비닐이고 절반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비닐입니다. 봉투는 컴퓨터 자판이 들어갈 만큼 크기가 넉넉합니다. 봉투에 재활용품을 담아 내 놓으면 물건이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이 깔끔한 구드작 봉투는 재활용을 기피하는 이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물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봉투의 이름인 구드작은 네델란드어로 ‘좋은 가방’이라는 합성어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웸메이커 사는 암스테르담의 중고품점연합회인 헷구드(HetGoed)와 제휴하여 구드작 봉투에 담긴 물건을 회수하여 재활용하고 중고품으로 다시 판매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구드작 봉투는 폐품의 인식을 개선하고 그 물건이 갖는 가치를 되살립니다. 재치를 발휘한 이타적 디자인의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