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와
이별을 했습니다.
여름에
왔다고 여름이라 불렀던 저희 집 고양이 여름이를
추석
이틀 전 읍내에 같이 나갔다가
차량
경적소리에 놀라 여름이는 안고 있던 저의 아들 품을 뛰쳐나가
순식간에
골목길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너무나
순간적으로 당한 일이라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70일간의
행복을 주고 떠난 여름이가 그립습니다.
아침
해 뜨는 시간에 맞춰 우리를 깨워주었고
집
마당 어디를 가든지 따라 다니며 애정표현을 해 주었으며,
퇴근길에는
미리 차 소리를 듣고 대문에 나와 마중을 나와 주었던 그 사랑을 더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주고 떠난 사랑이 이처럼 클 진대,
하물며
사람은 어떠하겠습니까?
서울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아들 중 작은 아들이 추석에 내려오지 못하게 됨에 따라
남들이
하는 “역 귀성”을 해 봤습니다.
가만
앉아서만 보냈던 명절도 좋았지만
역귀성이
주는 행복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역귀성
난생처음
귀성전쟁을 뚫고 역귀성을 했다
나도
이만큼 살았나 싶었다
서울은
엄마의 빈 젖가슴처럼 텅텅 비고 축 처져 있을 줄 알았더니
여전히
탱글탱글 거렸다
귀성이
죽을 똥 살 똥 힘들지라도
고향이
있다는 것은 남몰래 붓고 있는 적금통장 하나 갖는 것이다
그럼으로
전쟁과도 같은 귀성을 한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고향은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에 의해 살아남는 것임을
단칸방으로
역귀성 한다 해도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다
서울
같지 않은 변두리 세평 반짜리 원룸에서 식구 넷이 칼잠을 잤다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이른
새벽 둔촌시장에는 떡집하나 한우집하나 성업 중이다
서울에도
추석은 있나보다
사람이
사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