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의 계절입니다.
요 며칠은 온 산하가 다 떠들썩 했었습니다.
삼삼오오 가족들이 들로, 산으로 쏘아 다니면서 조상님들 묘지 손보기에 분주했었습니다.
덕분에 시골 경기도 살아나고
모처럼 동네에 사람구경도 좀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명당이라 그런지 주변이 온통 묘지입니다.
무성해 있던 묘지가 말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묘지랑 같이 산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어떻던 조상님들 뿐만 아니라 묘지와 이웃하며 살아가는 저와 같은 사람들도 기분 좋은 계절입니다.
예초기
봉대길 매실 밭은 윙윙 위이잉
입석마을 이장님 논두렁은 왜앵 왜애앵
뒷집 해오형님네 마당은 와웅 와아웅
아버지 산소 이발하는 소리는 으엉 으으엉
구월은 천지에서 흑흑 흐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