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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렵네요!
팔순이
넘으신 할머니 한분이 이른 아침에 사무실에 오셨습니다.
아니
호출을 당하셨습니다.
자주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시다 산불감시요원들에게 요 주의 할머니로 감시대상이 되신 분입니다.
전날에
미리 담당직원과 모의?를 하고 할머니에게 주의를 드리자고 약속을 한 터였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습관적으로 논두렁에 불을 놓으시는 어른들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면장님,
이 할머니가 논두렁을 태우시던 바로 .....”
“아이고
우리 어머니 오셨네. 어머이 잘 지내셨지예?”
하면서 제가 할머니 어깨를 주무려 드리고
긴장을
푸시도록 차도 한 잔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할머니는 손을 모으시고 빌면서
“잘
못 했슴미더... 다시는 안할게요!”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여러 번이나. 오히려 제가 미안했습니다.
혹시나
긴장하시고 쇼크 받으실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할머니께 주의를 드리고 실화로 번지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였으니까요.
“어머니,
혹시 불 지르시다가 어머니가 다칠까봐 이러는 거니까,
앞으로는
논두렁 태우지 마세요. 알았지요?” 하면서
안심을 시켜드렸습니다.
관서에
드나드시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는
논두렁 태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 하시고
떠나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지켜봤던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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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렵네요 이거!!!
봉홧불
피는 마을
섣달
스무 이튿날 이른 아침
대축마을에
봉화가 올랐다
차가운
공기를 깨는 뜨거운 기운으로
휴화산
뚫고 용암 분출하듯이
봉홧불
타 올랐다
새
아침이 시작되었다고
오늘도
해가 떠오른다고
간밤에
뒷산 구재봉에 눈이 내렸다고
우리집
영감이 기침했다고
옆집에도
뒷집에도 모두 안녕하다고
아들
손자 기다린다고
봉홧불
피워 올린다
건넛마을
외둔과 대촌
입석과
봉대에도 피워 올린다
봉홧불
피워
올
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