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무사하신지요?
지난밤에 도둑 같은 바람이 불어 닥쳐
아직 봄을 떠나기 아쉬워하는 남은 꽃들을 한꺼번에 좇아버렸습니다.
덕분에 다소 늦게까지 피어 있었던 산 벚, 도화, 돌배 꽃을
송두리째 좇아버렸습니다.
지난 편지에 “꽃 지자 열매”의 제목으로 글을 보내드리면서
“꽃이 진 다음 날 잎이 나고, 잎 난 후 이레도 되지 않아 열매가 맺더라”는 글을 보시고
“때가 되면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데,
그래야 잎이 나고 열매가 나오는데,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이 때가 되어도 좀체 양보를 않아서 문제네요”라는
답장을 보내주신 분이 계십니다.
지난주에는 떠나야 하는데 떠날 줄 모르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추풍낙엽처럼, 도둑 같은 바람에 좇겨나야 했던 수많은 선량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 밤에 불어 닥친 도둑 같은 바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꽃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세계가 “불의 고리”로 무서움에 떠는 날입니다.
도둑 같은 바람과 자연의 진노에 무고하시기를 빕니다.
꽃이라는 이름으로
널 바람나게 하고 싶다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고
정처 없이 떠나게 하고
죽도록 보고 싶게 하고
목 놓아 울게 하고
배꼽잡고 뒹굴게 하고
...
꽃이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