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단상
이번 주에는 모내기들판을 쏘다녔습니다.
박카스 같은 음료수 한 병씩 드리면서 들판에 일하시는 분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이 죄악처럼 느껴지고
양심의 가책이 되는 계절입니다.
“치크치크, 치크치크”
“처크 컥, 처크 컥”
승용이앙기 엔진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30년 전만하더라도
“도라지 도라지 ♪♬”
“자~ 줄 넘어갑니다아~~~”
“새참 왔응께 묵고 합시더!”
이런 소리가 났었습니다 만 요새는 기계소리 뿐이었습니다.
6조 승용이앙기를 타고 논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미 기계이앙이 보편화된 지 수십 년이 넘었지만 격세지감이었습니다.
앞으로 10~2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드론이 씨 뿌리고 수확하고 다 하겠지요?
그 땐 승용이앙기타고 논배미를 돌았던 것은 또 아득한 추억이 되지 않겠는지요?
논 물대기
울 아부지는
논 아귀에 물 들어가는 걸 보시면
당신 입에 밥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좋아하셨다
모내기를 앞두고
밤새도록 물고를 지키시고
아침에야 집에 오셨어도
마치 포식이라도 하신 것처럼
기분 넘치셨다
야야, 논에 물 억수로 대었슨께
내일은 모 숭글 수 있겄다
논은 울 아부지에게는
젖먹이 아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