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국가에서 공식 허락한 보리 구워먹는 날?
옛날에
아주 옛날에 11살짜리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6월 6일 오전 10시에 읍내에서 울려오는 사이렌(당시에는 ‘오포’라고 했음)소리를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보리를 구워먹어도 된다는 신호로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드디어 10시,
사이렌
소리에 맞춰 잠시 묵념하고
보리이삭이
올려진 지푸라기에 불을 붙였던 추억이 서린 날이
바로
현충일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였습니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소년은 제61주년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물론
보리 구워먹는 자리가 아닌 추념사를 하는 자격이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전몰군경 유가족, 참전용사는 물론
이제
막 현충일의 의미를 알아가는 중학생들도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오늘의
자유와 번영은 피를 흘리신 분들의 희생의 대가로서 그분들의 희생을 잊지 말자”
라는
내용의 추념사였습니다.
현충일
추념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사리
들판에서 날아오는 보릿대 타는 냄새가 온 동네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다시
오월
오월은
마을이
그대로
논배미에
내려앉는 계절이다
일
년에 딱 한 번은
이렇게
마을까지 통째로 내려와야
오월이
제대로 오는 것이다
한
사람 두 사람으로는 안 되기에
마을이
통째로 내려와
논배미를
휘저어야
오월은
오고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