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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칼럼] 대한민국 소도시 지역 축제의 두 가지 딜레마 (3) - 최정철
TheFestival 기자    2016-06-14 04:02 죄회수  4654 추천수 5 덧글수 3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대한민국 소도시 지역 축제의 두 가지 딜레마

 <3>

문화기획자 축제연출가 / 최정철

 

 

두 번째 논제, 지역 상인들의 축제를 바라보는 인식.

일본 마쯔리 뿐 아니라 웬만한 해외 축제들은 거의 지역 상인들에 의해 치러진다고 이미 앞서 언급하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상인들에게 그런 얘기 들려주며 협조 부탁하면 대답으로 돌아오는 것은 힘찬 콧방귀뿐이다. 그들은 축제 기간을 대목으로 잡고 축제장에서의 상행위에 사활을 건다. 자기가 직접 심고 길러 생산해 낸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겠다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엄선하여 판매 공간 내주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축제장 내에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 개설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런데 그 식당을 두고 축제장 근처 음식점 주인들이 닭똥 같은 군침을 삼키며 달려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축제장 내 식당 운영권 요구가 묵살당하면 이제 바야흐로 심각한 사태가 뒤를 잇는다.

소도시 지역 축제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대량의 식권 발행이다. 식권 발행 총액수가 어느 정도 되는가 하면, 적게는 축제 예산의 10%, 많게는 그 30%에 해당될 정도다. 농산물 축제는 기본이 3천만 원 정도요, 한우축제 같은 고기 값 비싼 축제에는 기본 5천만 원은 훨씬 넘게 잡는다. 물론 이 식권 또한 기초단체장의 어쩔 수 없는 대주민 선심형 아이템이니 만큼 까짓 것 이해한다 해도 문제는 따로 있다. 그 식권들은 축제장 내 식당 뿐 아니라 인근 상가 식당에서도 통용되는 것을 전제로 발행되어 주민들에게 뿌려진다. 그런데, 혹여 축제장에서의 식당개설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상인들은 상가번영회 차원에서 식권을 받지 않겠다며 엄포 놓는다. 이러면 식권들은 아무짝에도 쓸 모 없는 딱지가 되고 그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거대한 해일이 되어 관청을 뒤덮고 만다. 하여튼 그런 방법으로 개설권을 얻어 축제장 내 식당을 차린 후에는 평소 일반 식당보다 비싼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가격 올리지 말라고 애걸복걸하면, “오냐 그래, 봐 주지.” 하고는 대신 음식 양을 줄여 내놓는다. 관광객들이야 선택권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감내할 뿐이다. 결국 관광객들은 그 지역에 대하여 불쾌한 기억을 품고 돌아가고 만다. 사족으로, 식당 문제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으니 바로 현대판 장돌뱅이인 불법노점상들의 축제장 난입이다. 이들은 전국 각 지역별 축제 일정표를 들고 다니며 축제장 공간을 불법 차지, 식당 차려놓고 바가지 장사를 한다. 위생문제 같은 것, 먼 나라 얘기다. 어쩌다 이곳에 잘못 들어가 바가지 쓰고 나오는 관광객들, 애먼 축제 운영본부에 가서 항의한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예를 들어 지역 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어놓고 무단 난입한 불법노점상들을 경찰력으로 강제 철거하는 방법은 안 될까 싶다. 아니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규제를 제정하여 법적 관리를 하든지 말이다.

최근 인구 80만이나 되는 경기도 어느 대도시에서 개최한 광장 축제를 관람한 바 있다. 그곳 재단 대표이사님으로부터 후일담을 들어보니 그곳도 상인들의 횡포가 대단하였다고 한다. 광장 인근의 상가는 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이미 대목을 누릴 수 있게 되었는데도 그에 만족하지 않고는, 축제장 일대에 별도 가판대를 허락해달라고 각 상가번영회별로 시로 재단으로 찾아가 아우성이었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축제로 큰 덕 봄에 고마워해야 할 상인들이 오히려 솔선수범해서 상가 건물마다 축제 개막 축하나 관광객 환영 인사 문구가 적힌 현수막 정도 쯤 내거는 것이 상생의 도리가 분명할 텐데도 그들은 하염없이 굶주린 하이에나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듯이 이 땅의 상인들은 대소도시를 떠나 축제와 상생하는 아름다운 파트너가 아니라 축제 때가 되면 한 몫 제대로 챙기려는 저급한 한탕주의에만 머물고 있다. 일본 마쯔리의 주인공인 그곳 상인들과 우리네 지역 식당 상인들. 그 대비가 우리를 하염없이 슬프게 한다.

개선 방안을 들어보자면, 우선 관에서 눈물 나는 공력으로 상인들을 설득하고 회유하여 상인들의 식당 운영 참여를 달래놓은 후에, 또 불법노점상 난입도 차단한 후에, 식당 운영권을 지역 여성봉사단체와 같은 영리 추구와는 상관없는 단체에게 맡기면 된다. 메뉴는 지역 음식으로 한정하여 서너 가지 정도만 갖추어 운영에 효율성을 기할 것. 물론 판매가는 실비로 책정하고 말이다. 그러면 외래 관광객들은 더할 나위 없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지역 음식을 즐기게 될 것이고 결국은 좋은 이미지를 가져갈 것이다. 그렇다면 축제장 인근의 상인들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느냐, 축제 기간 동안에는 평소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이럴 경우 외래 관광객들은 또 하나의 즐거운 기억을 챙겨가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한 번 와서 웃고 간 관광객들, 당연히 다음 해에 다시 올 확률 높아진다. 오면 기꺼이 돈 쓰고 간다. 그런 것이 바로 축제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의 방정식이라는 것, 그런 선순환을 하는 축제가 살아남는 것이고 지역이 웃는 축제로서의 성공 모델이 된다는 것, 온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주장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흘러 넘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점을 외면하고 있는 소도시 축제 담당 공무원들이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보니, 축제 인으로서 계속해서 잔소리를 할 수밖에. 그저 축제 담당 공무원분들께서는 이제는 각고 분발하여 그 찬란한 축제 행정력을 주민 동원이나 식권 뿌리기에나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축제장 내 식당 개설권을 가지고 거래하려 드는 상인들을 설득하는 것에 발휘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공무원들은 그 식권 욕심 좀 접기 바란다. 몇 몇 어떤 지역에서는 발행되는 식권의 절반이 공무원들 몫이다. 수천만 원 어치씩 찍어내는 경우라면 아무렴은 주민들을 염두에 둔 식권 발행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민용 식권 분배는 뒷전이기 마련이다. 일단 의회와 언론사, 각종 관공서에 넉넉하게 뿌리고 난 후, 관청 내에서는 임원 별 직원 별 그 양이 정해져서 분배된다. 물론 공무원들에게의 분배는 사실 주민들에게 골고루 퍼져 나가도록 하는 채널 활용인 셈이다. 그래서 민복(民僕) 정신이 투철한 공무원들은 제 몫으로 들어온 식권들을 자기 주변의 친지 친구 선배 후배 등에게 불평소리 나지 않게 힘껏 나누어 준다. 그렇지만 그 식권 모아서 부서별로 회식하는 데에 쓰지 않나, 심한 경우 몰지각한 일부 개인은 아는 식당 주인과 입을 맞추어 깡으로 환산(식당 주인은 축제 끝난 후 식권 들고 관청에 찾아가서 현금으로 돌려받고)하여 현금 챙기는 짓 하지 않나(그게 몇 푼이나 된다고), 기가 막힐 지경이다. 식권은 축제 행사장에 투입되어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는 필요하다. 그러니 식권은 그 정도 양만 제작해도 될 것이다. 식권 제작 양을 왕창 줄여 예산 절감 효과도 거두고(그 차액으로 홍보 마케팅 강화하라), 혹여 견물생심 할 식권 욕심도 원천 차단하는 것, 좋지 아니한가 말이다.

 

대한민국은 부끄럽게도 완벽한 관제 축제의 나라다. 2015년도 기준 대략 2,000여개 축제 중 99%에 해당하는 축제가 관 예산으로 치러진다고 한다. 그래서 관제 축제의 나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관제병은 바로 기초단체장의 인식 전환에의 용기 부족, 관청의 행정력 부재, 축제 담당 공무원의 지나친 제작 간섭인 바, 이런 것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관제 축제의 천국이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현상이 한심하기만 하다 할 것은 아니다. 이미 환골탈태, 성공 축제로의 자태를 선보이고 있는 지역 축제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고, 깨어있는 인식으로 축제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는 기초단체장이나 축제 담당 공무원분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반가운 소식 들릴 때마다 이 땅의 축제 인들은 기꺼이 큰 응원 보낼 것이다.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한록(旱麓)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瑟彼玉瓚(금피옥찬) 아름답도다 옥잔이여

黃流在中(황류재중) 누런 술이 가득 하구나

豈弟君子(기제군자) 점잖은 군자께

復祿攸降(복록유강) 어찌 복록이 내리지 않으리오

 

아름다운 이 땅에 성공하는 지역 축제가 가득 넘쳐나 백성들에게 복이 내리길 물 떠놓고 기원한다. 힘낼 지어다, 이 땅의 지역 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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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iEL   2016-06-15 14:54 수정삭제답글  신고
관제축제의 나라에 대해 백성들에게 복이 내리도록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필자의 결언에 찬사를 보냅니다.
할미꽃F3   2016-06-14 15:55 수정삭제답글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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