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惡役이 맡겨진다면!
지난 3년 6개월여 동안 저는 A경제신문에
“조문환의 평사리 일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 해 왔습니다.
도시냄새 물씬 풍기고 “까도남”, “까도녀”의 스타일이 제격 일 법한 경제지에
뜬금없이 촌티 물씬 풍기는 “평사리 일기”를 요청받았을 때
다소 어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염되어가는 도시에 청정제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는
이빈섬국장님의 요청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여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을 뱉어버렸습니다.
어언 3년 6개월, 170여회가 넘어갈 즈음,
서울발 “02”로 시작되는 번호가 제 휴대폰에 떴습니다.
대부분 “02”로 시작되는 번호는 스팸이기에 받지 않으려다 통화를 하니
“조문환 작가님 이시죠?
“그동안 ······ 감사했습니다”
“제가 대한 악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면 개편으로 오피니언도 부득이 개편을 하게되었습니다”
라고 하시면서 말씀을 잘 꺼내시지도 계속 이어가시지도 못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을요. 제가 더더욱 감사하고 죄송하지요”
“너무 오랫동안 제가 호강을 누렸습니다”
“글 같지 않은 글을 너무 오래 끌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배우고 공부했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미안 해 하시는 분께 오히려 감사를 드리며
악역을 자청하신 것에 대하여 갑절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3년 6개월 동안 기고를 하면서 참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한 주가 그렇게 빨리 돌아오게 됨도 깨달았습니다.
글을 쓸 때에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즐거웠습니다.
이제 여유를 가지면서 여유도 누려보고 싶습니다.
어느 곳에나 악역이 필요할 때 나도 그 역을 해야 한다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악역을 자청하신 당신, 멋쟁이!!!!!!
죽순
암흑을 지나
마그마를 넘어
지구를 뚫고
솟아올랐다
어느 옛날 우리도
지축을 흔들며
이 땅에 뛰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