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동 266번지는 타워팰리스 건너편에 있는 판자촌 마을입니다. 지난 6월 화재가 발생해 마을 대부분이 잿더미가 됐고, 강남구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민들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재촉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공동체인데 그 처지가 안타깝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달동네인 노원구 "백사마을"은 상황이 판이합니다. 60년대와 70년대의 마을 정취를 보존하면서 재개발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서울시는 이곳을 역사교육장·영화촬영지·관광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부산의 달동네 "감천마을"은 이미 외국인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달동네의 상징인 골목계단에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해 멋을 살리고, 빈집을 사들여 공공세탁실과 쉼터를 조성하는 등 ‘개발사업’이 아닌 ‘재생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포이동 266번지 마을도 ‘보존과 재생’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구청은 이곳이 강남 금싸라기 땅이 된 데 집착하여 개발의지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부유한 주민의 "판자촌 주민 거주 반대" 의견도 거세다고 합니다. 많은 불안과 역경 속에도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은 똘똘 뭉쳐 힘을 내고 있습니다. 무너진 건물 사이에 "공부방"부터 만들어서 아이들을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포이동 266번지 마을을 좀 더 문화적으로, 좀더 인간적으로 바라보며 지역재생을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공무원과 문화기획자, 주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가끔 바쁜 일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면 어떨까요. 매우 가까운 곳에 안타까운 이웃의 사연이 있습니다. 타인의 가슴 아픈 처지에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함이 그립습니다.
기분좋은QX 출판홍보담당 이하나
<돈키호테들의 어록>
"가난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삶이 뭘까 고민해보니 답은 농사더라."
- 대안생활위원회 이보은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