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담부랑에서의 회상
학교가 파하면 한 번씩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제가 살던 동네에서 오리가량 떨어진 명희네 집으로 놀러갔었습니다.
명희네 집은 시냇가 외딴집이었는데 율무가 마당에서 자랐고
그것을 실에 꿰어 목걸이도 하고 팔찌도 만들어 걸었습니다.
가는 길 시냇가에서는 ‘삐비’라는 것을 뽑아 먹기도 했었는데
시냇물에서는 미꾸라지와 송사리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넘어야 했던 명희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애기담부랑이 있었습니다.
이곳을 지날 때에는 반드시 작은 돌맹이 하나를 담부랑 위에 올려놓고 가야만 했었습니다.
누군가가 그 전부터 해 왔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우리보다 훨씬 작은 아이가 이곳에 묻혀있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그 후에도 명희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어김없이 작은 돌맹이 하나를 애기담부랑에 얹어 놓았습니다.
매화밭 아래에서 애기담부랑을 만났습니다.
작은 돌맹이 하나 올려놓았습니다.
명희네집으로 가는 고개길에서의 작은 시골소년의 손이 보였습니다.
명희가 뒤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애기담부랑
기도가 돌탑이 되었다
네 대신
내가 너의 탑을 쌓는다
아가야
친구야
지금 네가 이 땅에 있다면
이보다 더 영롱한 탑 쌓았겠지
기도로 쌓지 않았던 바벨탑 무너졌고
오욕으로 세웠던 파라오의 집들도 쇠락했으나
오로지 너의 탑만은
꽃잎아래 빛난다
아가야
친구야
이다음엔 그래도 돌탑이 아닌
너의 너로 태어나
한 송이 꽃이 되렴
한 판의 빛이 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