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연출/박씨몬
9월 12일~13일 17:00 실사구시관
극단 케스투스는 배우의 말과 몸 그리고 팝아트에 기초한 다양한 표현수단을 통해 관객을 매혹할 수 있는 공연을 창작하고 연구하는 집단이다. 새롭게 창설된 집단인 만큼 그 활동실적은 너무나 짤막하지만, 연극계 각 분야에서 5~6년 이상 활동한 원숙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대학로의 어느 극단에 못지않을 만큼 내실이 탄탄한 극단이다.
얼마 전 모기업의 비자금 사건으로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다 아는 그림, 비트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주인공인 웃으며 눈물 흘리는 여성의 역설적인 모습이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경찰이다. 경찰. ‘민중의 지팡이’라 불리지만 실상은 잃어버린 개, 고양이나 찾으러 다니는 ‘민중의 하수인’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권력의 개’라 비난받지만 실제로는 ‘권력은커녕 기본적인 생활로부터 소외된 자’다. 이른 바 ‘짭새’라는 저속해보이기까지 하는 이름을 걷어 제키고 들어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이들 경찰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의 거처, 파출소는 고함과 난동으로 요란하다. 살인강도 현장에 출동하고, 방화범과 싸우고, 경찰을 사칭한 사기꾼을 검거하다 취객을 달래고, 음주운전을 잡아내고, 마약복용 용의자를 수색하는 등 경찰의 할 일은 거침도, 끊임도 없다.
거기에 더해지는 의외의 일거리도 상당하다. 여검사가 노래방 도우미로 변장해 시찰을 나오질 않나, 애 안은 걸인의 하소연이 알고 보니 연기이질 않나. 지구대를 제 집처럼 수시로 드나드는 정신병자는 그나마 얌전한 축에 든다. 치매 걸린 어머니가 찾아와 떼쓰고, 처첩이 머리채 잡아 뜯으며 싸우는 곳은 파출소, 술 취한 아가씨를 집에 보내다가 뺨 맞고 토사물까지 뒤집어쓰는 건 경찰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뒤통수를 치는 에피소드. 도저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형국 같은 세상에 과연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